[더우먼동아 컬처] 이지현의 아주 쉬운 예술이야기 3박자, 3악장, 3중주… 음악 작품에 등장하는 숫자 ‘3’의 매력

  • Array
  • 입력 2011년 12월 9일 16시 27분


코멘트
아주 동떨어져 보이는 ‘예술’과 ‘숫자’의 관계를 살펴볼까요? 예술 작품에서 특히 눈길을 끄는 숫자는 ‘3’입니다. 음악작품에는 3박자, 3악장, 3중주, 세도막형식 등 ‘3’과 관련된 게 많습니다.
우리가 ‘강약약’으로 외우고 있는 3박자. 전형적인 춤곡 리듬이죠. 요한 스트라우스의 우아한 왈츠부터 쇼스타코비치의 박력 있는 왈츠까지. ‘쿵짝짝 쿵짝짝’ 세 박자는 우리에게 익숙합니다. 3악장은 어떤가요? 클래식음악을 대표하는 소나타의 전형이죠? 1,2,3악장은 보통 ‘빠름-느림-빠름’으로 구성돼 하나의 작품을 이룹니다.
아슬아슬한 밸런스…숫사 ‘3’의 미학

클래식음악에서 3중주도 중요하죠? 피아노·바이올린·첼로의 피아노 3중주, 바이올린·비올라·첼로로 이루어진 현악3중주. 3중주는 위태로운 밸런스의 매력이 있습니다. 서로 호흡을 맞추는 게 아주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둘도 아니고 셋이 모이면 아슬아슬한 긴장감이 있어서 보다 매력적인 관계가 만들어지나 봅니다.

‘3’ 이라는 숫자. 음악뿐 아니라 미술과도 관련이 있습니다. ‘a²+b²=c²’ 이라는 ‘피타고라스의 정리’, 오랜만에 들어보시죠? 삼각형과 관련된 이론이 미술에서는 어떻게 활용됐을까요?
라파엘로의 ‘성 모자와 아기 성 요한’을 보세요. 뭔지 모르게 편안한 느낌이 들지 않으세요? 구도를 한 번 보겠습니다. 가운데 있는 인물의 머리를 꼭짓점으로 해서 양 옆에 한 명씩 인물을 배치해서 전체적으로 삼각형을 이루고 있죠? 이처럼 우리는 안정감이 느껴지는 삼각형 구도의 숨은 매력을 알게 모르게 누리고 있는 겁니다.

▲ 라파엘로 ‘성 모자와 아기 성 요한’ (1507, 122x80cm, 루브르미술관)
▲ 라파엘로 ‘성 모자와 아기 성 요한’ (1507, 122x80cm, 루브르미술관)


세명의 인물이 조화를 이루는 밀레의 ‘이삭 줍는 여인들’


매력적인 숫자 ‘3’, 3명이 조화롭게 그려진 그림은 어떨까요? 밀레의 유명한 작품 ‘이삭 줍는 사람들’에는 그 작은 이삭을 줍느라 몸을 구부린 채 전원에서 일하는 세 명의 인물이 등장합니다. 들판을 채운 세 명의 인물을 통해 그림 속 풍성한 이야기를 듣는 것 같네요.

▲ 밀레 ‘이삭 줍는 여인들’ (1857, 캔버스에 유채, 83.6x111cm, 오르세미술관)
▲ 밀레 ‘이삭 줍는 여인들’ (1857, 캔버스에 유채, 83.6x111cm, 오르세미술관)

레제의 ‘세 여인’에 등장하는 3명의 여인은 기계적으로 보이는 배경 속에서 차도 마시고 책도 읽고 소파에 드러누워 쉬기도 합니다. 화면을 꽉 채운 세 인물의 배치를 통해 다양한 이야기들을 상상해보고 흥겨운 리듬감도 느껴봅니다.

▲ 레제 ‘세 여인’ (1921, 캔버스에 유채, 183.5x251.5cm, 뉴욕현대미술관)
▲ 레제 ‘세 여인’ (1921, 캔버스에 유채, 183.5x251.5cm, 뉴욕현대미술관)

미술작품에는 3부작도 많습니다. 3부작은 스토리가 이어진 세 개의 연작 개념이기도 하고, 하나의 주제를 변형한 세 개의 작품이기도 합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와 비슷한 시기를 살았던 15세기 네덜란드 화가 히에로니무스 보쉬의 3부작 ‘쾌락의 정원’을 보시죠. 기괴한 형태, 강렬한 메시지에 끌려 이 그림 앞에 서면 발을 뗄 수가 없습니다. 초현실적 그림으로 유명한 보쉬의 개성이 한껏 드러나 있죠.

▲ 히에로니무스 보쉬 ‘쾌락의 정원’ (1510, 목판에 유채, 220x389cm, 프라도미술관)
▲ 히에로니무스 보쉬 ‘쾌락의 정원’ (1510, 목판에 유채, 220x389cm, 프라도미술관)

세 폭으로 나뉘어 아담과 이브가 그려진 에덴동산(왼편)부터 소름 끼치도록 끔찍한 지옥의 이미지(오른편)까지 매우 정교하게 그려져 있습니다. 오른쪽의 지옥 편 옥좌에 앉아있고, 머리가 새인 왕 보이시죠? 사람을 통째로 먹고 있습니다. 그런가하면, 벌거벗은 인간들은 괴상하게 생긴 동·식물들에게 괴롭힘을 당하고 있네요(가운데). 이렇게 세 폭으로 나뉘어 구성된 그림은 한층 강렬한 이야기를 만들어냅니다.
개별적인 듯하면서도 전체를 조화롭게 완성하는 숫자 ‘3’은 예술작품에서 이렇게 매력을 발산합니다. 라틴어로 ‘3은 완전한 숫자’ 라는 의미가 있는데요, 많은 예술가들이 숫자가 지닌 특별한 매력을 예부터 꿰뚫어보지 않았나 싶습니다. 여러분은 어떤 숫자를 좋아하나요?
글·이지현(‘예술에 주술을 걸다’ 저자)
도움주신 곳·폼나는걸 070-4007-1609

글쓴이 이지현씨는…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