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영국 울협회장 피터 아크로이드 “친환경 바람 타고 울 산업 부활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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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0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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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이 15번째 한국 방문이라는 피터 아크로이드 영국 울협회장. 그는 “한국과 유럽연합 간 무역 장벽이 없어지면서 섬유산업에서 더 많은 교류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캠브리지멤버스 제공
이번이 15번째 한국 방문이라는 피터 아크로이드 영국 울협회장. 그는 “한국과 유럽연합 간 무역 장벽이 없어지면서 섬유산업에서 더 많은 교류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캠브리지멤버스 제공
20일 서울 중구 정동 주한 영국대사관저에서는 한 국내 패션회사를 위한 특별한 행사가 열렸다. 한국 기업은 물론이고 영국 기업을 위해서도 한 번도 개방되지 않던 영국 대사관저 안에서 말이다. ‘영국 울 캠페인’의 한국 내 첫 파트너인 코오롱인더스트리FnC의 캠브리지멤버스가 이런 극진한 대접을 받은 주인공이다.

‘영국 울 캠페인’은 영국 울의 우수한 품질과 친환경적인 요소를 다시 전 세계 소비자들에게 알리기 위해 지난해 초부터 찰스 왕세자와 영국울협회가 함께 펼치고 있는 운동이다. 대사관저까지 내주며 행사를 연 것만 봐도 영국이 ‘울’에 갖고 있는 애정을 확인할 수 있다. 이날 행사에는 캠브리지멤버스 관계자와 VIP 고객 100여 명을 비롯해 마틴 유든 주한 영국대사, 피터 아크로이드 영국울협회장(61), 백덕현 코오롱인더스트리 FnC부문 대표 등이 참석했다.

행사 다음 날 서울 강남구 역삼동 캠브리지멤버스 강남매장에서 아크로이드 회장으로부터 울 산업을 재건하려는 그들의 열정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다. 올해 5월 세계울협회장으로도 선임된 아크로이드 회장은 40년 가까이 직물산업에 몸담은 영국 울산업의 산증인이다.

울 가격이 최근에 가파르게 오르고 있는데 그 이유는 무엇인가.

“1년 새 가격이 2배로 뛰었다. 공급은 줄고 있는데 수요가 늘어나면서 당분간 가격 상승세는 불가피할 것으로 본다. 울이 친환경 소재로 각광받으면서 환경에 관심이 많은 소비자들이 기존 화학섬유 대신 울 같은 천연 소재를 찾고 있다.”

울 가격이 오른다면 생산을 더 많이 하면 될 텐데 왜 생산이 금세 늘지 않는가.

“매년 울 생산능력은 1∼2%밖에 늘리지 못한다. 양을 키우던 생산자들이 수익이 맞지 않아 최근 몇 년간 양을 식용으로 키우거나 다른 작물을 키우는 용도로 농장을 바꿨기 때문이다.”

울이 얼마나 친환경적인가.

“합성섬유는 한번 버려지면 땅에 묻든지 불태워야 하지만 울은 재활용, 재생이 가능한 섬유다. 영국의 대표적인 울 원단인 해리스 트위드는 영국 의회에서 정한 법률에 따라 생산과정이 규제될 정도로 친환경적이다. 환경 문제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는 찰스 왕세자가 울 캠페인을 펼치게 된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영국 울 산업이 많이 위축됐다고 들었다.

“25년 전 울 산업에 종사하는 이들이 50만 명에 달했지만 지금은 5000명에 불과할 정도로 규모가 대폭 줄었다. 남은 이들은 주로 상위 1%의 고급 수요를 겨냥하고 있다.”

영국 울의 특징을 설명한다면….

“영국 울은 거칠어 옷에 쓰기는 제한적이다. 지금 생산되는 영국산 울의 85%가 카펫에 쓰이고 10%는 인테리어용 직물, 나머지 5%만 패션 소재에 사용되고 있다. 해리스 트위드는 비비안웨스트우드 같은 브랜드에서 즐겨 쓰는 원단으로 젊은이들도 좋아한다. 최근 2년간 매출이 4배나 늘었을 정도다.”

캠브리지멤버스를 한국 내 첫 파트너사로 선택한 이유는….

“한국 기업이지만 영국 신사복 본연의 정통성과 지속가능성을 잘 구현하는 기업이라 판단했다. 디자인 측면에서도 영국 감성을 여느 영국 유수의 브랜드보다 잘 구현했다.”

한국 남성의 슈트에 대해 평가한다면….

“과거 밀레니엄서울힐튼호텔에 묵었을 때 근처 양복점에서 옷을 맞췄다. 훌륭한 재단에 감탄했던 기억이 있다. 한국인 특유의 손재주는 남성복 산업에서 큰 경쟁력이 될 것이다. 시내 곳곳에 이렇게 맞춤 양복점이 많은 도시가 흔하지는 않다.”

정효진 기자 wiseweb@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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