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1267>古之爲市者가 以其所有로 易其所無者어든…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0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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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익이나 권력을 차지하기에 가장 좋은 자리를 독점하는 것을 私壟斷(사농단)이라 한다. 위에 나오는 龍斷(농단)이 곧 壟斷이다. 본래 시장 주변의 약간 높은 구릉에 올라가 좌우로 살펴 이익을 그물로 훑듯이 하는 것을 뜻했다. 시장의 이익을 망라하는 것을 網市利(망시리)라고 한다. 본문에서는 網을 罔으로 표기했으니 網과 罔은 통한다. 私壟斷과 網市利는 동의어다.

맹자는 季孫氏(계손씨)가 子叔疑(자숙의)를 비판한 말을 인용하여, 세간 사람들이 富貴에 연연하는 작태를 비판했다. 계손씨는 정치이념이 실행되지 않는데도 벼슬을 그만두지 않을 뿐 아니라 자기 자식도 卿(경)을 삼게 했으니, 이것은 龍斷(壟斷)을 사유하려는 失態(실태)라고 비난했다. 맹자는 상고시대에 천한 사내가 시장의 이익을 망라하려고 농단을 독점한 데서 상인에게 세금을 매기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古之爲市者는 어떤 텍스트에 古之爲市也로 돼 있는데, 그렇다면 ‘옛날에 시장에서 교역을 할 때는’으로 풀이할 수 있다. 以其所有는 ‘자기가 지닌 물건으로’의 뜻이다. 易其所無者는 자기에게 없는 것을 바꾼다는 뜻이다. 治之耳란 관리가 세금은 거두지 않고 분쟁을 다스릴 따름이었다는 말이다. 以左右望은 ‘그로써 좌우를 바라보면서’로, 以는 앞의 말을 순하게 이어주는 기능을 한다. 以爲賤은 천하다고 여긴다는 뜻이다. 從而征之는 그에 따라 세금을 매기게 되었다는 말이다.

서민의 이익을 무시하고 시장의 이익을 농단하는 자를 맹자는 賤丈夫(천장부·천한 사내)라 했다. 오늘날 큰 기업이 힘들고 지친 서민의 작은 이익까지도 탈취하려 한다면 그것이야말로 천한 짓이 아니겠는가.

심 경 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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