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인’이 아니고 ‘차임’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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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0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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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미도서상, 책이름 발음 헷갈려 최종후보작 번복 사태

‘샤인’ 작가 로렌 미러클 씨(왼쪽)와 ‘차임’ 작가 프래니 빌링슬리 씨.
‘샤인’ 작가 로렌 미러클 씨(왼쪽)와 ‘차임’ 작가 프래니 빌링슬리 씨.
‘샤인(Shine)’과 ‘차임(Chime)’. 미국 출판계의 영예로 꼽히는 전미도서상(National Book Award)에서 책이름의 발음이 혼동돼 최종후보작이 뒤바뀌는 초유의 해프닝이 벌어졌다. 청소년 문학가인 로렌 미러클 씨는 19일 미국 온라인매체인 허핑턴포스트에 ‘천당에서 지옥으로’ 자유낙하했던 일주일간의 경험을 털어놓았다.

10일 미러클 씨는 전화 한 통을 받았다. 증오범죄의 희생자가 된 게이 청소년을 그린 자신의 소설 ‘샤인’이 전미도서상 최종후보작으로 선정됐다는 내용이었다. 미러클 씨는 “작가가 받을 수 있는 최고의 흥분된 전화였다. 내 영혼을 모두 바친 책이 올해 최고의 책 중 하나로 인정받는 순간이었으니까”라고 말했다.

그는 “정말인가요? 진실로 맞나요?” 하고 몇 차례나 물었다. 전화를 건 헤럴드 오젠브롬 전미도서협회 이사장은 따뜻한 목소리로 “맞다. 축하한다”고 말했다. 12일 전미도서상 후보자 명단이 공식 발표되자 작가의 편지통, 음성메일, 트위터, 페이스북은 축하 메시지로 뒤덮였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2시간 뒤 친한 기자가 e메일을 보내와 “당장 구글을 검색해보라”는 것이었다. 구글을 찾아본 결과 “전미도서협회가 수상자 선정 과정에서 보안상 이유로 모든 의견교환을 전화로만 하는데, ‘샤인(Shine)’과 ‘차임(Chime)’을 혼동해 수상작을 잘못 발표했다”는 내용이 나왔다. 미러클 씨는 “온몸이 무너져 내리는 느낌이었다. 충격과 수치스러움에 내 무릎은 꺾였고, 손으로 머리카락을 움켜쥐었다”고 회상했다.

오젠브롬 이사장은 다시 전화를 걸어와 “당신은 여전히 최종 후보 중의 한 명이다. 원래 후보작이었던 프래니 빌링슬리의 ‘차임’을 여섯 번째 후보작으로 추가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전미도서협회 측은 이후 내부 논의 과정에서 미러클 씨에게 스스로 후보에서 사퇴해줄 것을 요청했고, 미러클 씨는 16일 이에 동의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미러클 씨는 “이번 사건은 내게만 힘든 것이 아니라 전미도서협회, 심사위원, 청소년 문학가들에게도 큰 시련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미도서협회는 실수로 작가에게 상처를 준 데 대해 사과하는 성명을 발표했으며, 게이 청소년들을 지원하는 단체에 5000달러(약 570만 원)를 기부하기로 했다. 후보작 철회 이후에도 작가 미러클 씨에게는 여전히 수많은 e메일과 카드, 꽃과 샴페인이 배달되고 있다. 트위터에는 ‘샤인’을 지지하는 이들이 사용하는 해시태그(말꼬리) ‘#isupportshine’도 생겼으며, 아마존닷컴에서 ‘샤인’의 판매순위도 크게 올랐다고 영국 일간지 가디언이 보도했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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