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1241>孟子爲卿於齊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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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9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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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公孫丑(공손추)·하’ 제6장은 맹자가 小人을 어떻게 대했는지 알려주는 일화이다. 맹자는 제나라에 客卿(객경)으로 있으면서 등(등)나라에 弔問使(조문사)의 正使(정사)로 갔다. 이때 제나라 왕은 蓋(합) 땅의 대부로 있는 王驩(왕환)을 副使(부사)로 삼아 동행하게 했다. 왕환은 제나라 왕이 총애하던 신하였다. 일행이 제나라를 떠나 등나라에 이르고 일을 마친 후 등나라에서 제나라로 돌아오는 내내 왕환은 아침저녁으로 문안인사를 드렸다. 하지만 맹자는 그의 문안인사만 받았지 공무에 관한 말은 일절 나누지 않았다. 아마 왕환이 소인이므로 깊이 대화하고 싶지 않아서 그랬거나 왕환이 도맡아 일을 처리하여 불만을 지녔지만 속내를 드러내지 않고 그러면서도 소인을 엄격히 대해 그랬던 듯하다.

爲卿은 客卿이 되었다는 말이다. 객경이란 다른 나라에서 와서 宰相(재상)이 된 사람을 말한다. 出弔於등은 제나라를 벗어나 등나라로 조문갔다는 말이다. 당시 등나라 定公의 喪(상)이 있었다고도 하고 文公의 喪이 있었다고도 한다. 蓋(합)은 제나라 고을의 이름이다. ‘개’라고 읽지 않는다. 輔行(보행)은 副使를 말한다. 朝暮見(조모현)은 아침저녁으로 謁見(알현)한다는 말이다. 反은 갔다가 돌아옴이다. 未嘗∼은 ‘한 번도 ∼하지 않았다’는 말이다. 與之言行事는 그와 더불어 행사를 말한다는 뜻이다. 行事는 여기서는 弔問使行의 일을 가리킨다.

정조대왕과의 문답에서 金近淳(김근순)은 맹자가 왕환을 대한 태도를 두고, 성인은 소인을 대할 때 미워하지 않으면서도 엄하고 모를 드러내지 않으면서도 말이 바르고 이치가 곧았다는 사실을 살필 수 있다고 했다. 그리고 처신을 잘하면 ‘주역’ 규卦(규괘)의 爻辭(효사)에서 말하듯이 ‘악인을 보면 허물이 없으리라’고 덧붙였다. 생활현장은 善人만이 아니라 小人과도 관계해야 하는 살벌한 곳이다. 그 속에서 小人을 어떻게 대하는 것이 옳은가? 아니, 바로 내가 善人의 기피를 받는 小人은 아닌가?

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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