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1235>然則子之失伍也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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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9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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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자는 제나라의 변경에 위치한 고을인 平陸(평륙)으로 가서 大夫, 즉 邑宰(읍재)와 대화를 나누었다. 이때 맹자는 ‘그대의 창 잡은 병사가 하루에 세 번 대오를 이탈한다면 그를 버리겠는가, 그대로 두겠는가?’라고 물었다. 그 대부는 한 번만 대오를 이탈해도 遲滯(지체) 없이 그 군사를 내쫓을 것이라고 대답했다. 맹자는 職分(직분)을 중시해야 한다는 점을 대부 스스로 깨닫게 만든 것이다. 그러고서 맹자는 그 대부에게 당신도 대오를 이탈하는 일이 많다고 지적했다.

然則(연즉)은 앞의 화제와 다음 화제를 순하게 이어주는 연결사다. 반드시 논리적 인과관계를 드러내는 것은 아니다. ‘子之失伍也가 亦多矣로다’에서는 ‘∼也’가 주어에 해당하고 그 이하가 술어에 해당한다. 失伍는 持戟之士(지극지사)의 失伍를 비유어로 사용해서 대부가 직분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음을 지적한 말이다. 凶年(흉년)과 饑歲(기세)는 동의어로, 흉작이 들어 많은 사람이 굶주리는 해를 뜻한다. ‘子之民이 老羸는’은 ‘그대의 백성 가운데 늙은이와 약한 이는’이란 뜻이다. 轉於溝壑은 시신이 되어 구렁과 골짝에 뒹군다는 말이다. 散而之四方者는 식량을 구하는 등의 일로 흩어져서 사방으로 가는 자란 뜻이다. 之는 동사다. 幾千人矣는 보통 ‘몇 천 명이나 되는가’라는 의문문으로 풀이한다. 단, 어떤 학자는 幾를 ‘거의’의 뜻으로 보고 이 구절을 ‘거의 천 명에 가깝다’로 풀이하기도 한다. 距心은 평륙의 대부로, 성은 孔씨였다. 所得爲는 ‘어떻게든 救濟(구제)할 수 있는 바’란 뜻이다.

평륙의 대부 孔距心은 흉년에 백성들이 離散(이산)하고 餓死(아사)하는 일은 자신의 탓도 아니고 또 자신이 어쩔 수 있는 일이 아니라고 했다. 그 모두가 왕의 失政(실정) 탓이라고 변명한 것이다. 오늘날의 지방단체장 가운데도 자기 책임은 생각하지 않고 중앙정부만 탓하는 일이 간혹 있는 듯하다.

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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