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창작 뮤지컬 ‘영웅’ 링컨센터 공연 성공데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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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8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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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중근의 총탄, 뉴욕 심장을 울리다

연출가 윤호진 씨
연출가 윤호진 씨
《미국 뉴욕 링컨센터의 분수가 있는 중앙 광장. 평소 한산한 이곳이 23일(현지 시간) 해질 무렵부터 사람들로 붐비기 시작했다. 오후 7시 반 링컨센터 내 데이비드 H 코치 극장에서 선보이는 한국 뮤지컬 ‘영웅’(영어 제목 ‘Hero’)의 개막 공연을 찾은 관객들이었다. 극장의 2500여 좌석 중 4, 5층을 닫고 3층까지 1500여 좌석만 개방했는데 빈자리는 거의 눈에 띄지 않았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내외도 1층 앞쪽에 자리를 잡았다. 관객의 상당수는 한인들이었지만 3분의 1가량은 외국인이었다.》
숨죽인 관객 앞에 배우 정성화 씨가 연기하는 안중근의 삶이 2시간 10분 남짓 속도감 있게 펼쳐졌다. 독립군과 일본군 사이의 쫓고 쫓기는 역동적인 장면, 이토 히로부미(김성기)가 하얼빈역으로 기차를 타고 가는 장면에선 객석에서 ‘오!’ 하는 감탄사가 흘러나왔다. 빔 프로젝터의 영상과 실제 제작된 기차를 번갈아 교차시켜 눈이 휘날리는 가운데 기차가 달리는 이 장면은 이 뮤지컬의 백미로 꼽힌다.

안중근이 장엄하게 ‘장부가’를 열창한 뒤 사형 집행을 받는 장면으로 극이 끝나자 잠깐의 정적을 깨고 객석에선 뜨거운 박수가 터져 나왔다. 커튼콜의 마지막은 정 씨가 장식했다. 일렬로 서 있던 출연 배우들이 중앙 부분을 갈라 정 씨에게 길을 터주자 관객들은 마치 누가 시킨 듯 일제히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환호성과 박수를 보냈다.

2009년 LG아트센터에서 초연한 뮤지컬 영웅이 뉴욕 데뷔 첫 공연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한인 관객들 중에선 “너무 한국 중심의 시각이 담겨 있어 외국인에게는 편파적으로 비치지 않을까 걱정도 된다”는 반응이 있었지만 외국인 관객들은 오히려 칭찬 일색이었다.

이탈리아계 미국인 헨리 아벤던 씨는 “뮤지컬을 자주 보는 편인데 외국 뮤지컬은 처음이다. 이야기가 매우 흥미로웠고 무대도 역동적이었다. 브로드웨이 무대에서도 충분히 통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호주계 뉴요커인 로빈 손더랜드 씨는 “자막이 있어 스토리를 따라가는 데 무리가 없었다. 배우들의 연기, 이야기, 안무, 조명, 노래 등 모든 부분이 마음에 들었다. 특히 토머스(안중근)의 독창이 최고였다. 주위 사람들에게도 추천하고 싶다”고 말했다.

1997, 98년 뮤지컬 ‘명성황후’를 이곳 무대에 두 차례 올린 이후 13년 만에 다시 다른 작품을 뉴욕 무대에 선보인 제작사 에이콤의 대표이자 연출가인 윤호진 씨는 “예상했던 만큼의 반응이 나왔다”라면서도 상기된 표정이 역력했다. 그는 “외국인 관객이 스토리에 완전히 몰입하더라. 유엔 대사도 많이 참석했는데 이 작품으로 한국의 위상이 높아졌을 것이다. 반 총장께서도 1막이 끝난 뒤 쉬는 시간에 ‘눈물이 날 만큼 감동적이었다’고 얘기했다”고 말했다.

미국 뉴욕 링컨센터 무대에 선 창작 뮤지컬 ‘영웅’. 안중근 의사(정성화·왼쪽에서 두 번째)와 그 동지들이 일제의 재판정에서 대한제국을 침탈한 일제의 죄악을 열거하며 대한독립의 당위성을 노래하고 있다. 에이콤 제공
미국 뉴욕 링컨센터 무대에 선 창작 뮤지컬 ‘영웅’. 안중근 의사(정성화·왼쪽에서 두 번째)와 그 동지들이 일제의 재판정에서 대한제국을 침탈한 일제의 죄악을 열거하며 대한독립의 당위성을 노래하고 있다. 에이콤 제공
첫 단추는 잘 끼웠지만 이날 상당수가 초대 관객임을 고려할 때 영웅의 미국 시장 성공을 점치기는 이르다. 이번 뉴욕 공연에 250만 달러(약 27억 원)를 들인 윤 대표가 최종적으로 노리는 것은 이 작품이 영어 라이선스 뮤지컬 방식으로 제작돼 브로드웨이 무대에 오르는 것. 그 첫 단추를 위해선 이번 공연에 대한 현지 언론의 호평이 필수적이다. 대부분의 현지 언론이 이날 관람했다. 현재 티켓 예매율은 30% 정도. 공연은 다음 달 3일까지 열린다.

뉴욕=김성규 기자 kim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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