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북 카페]日 ‘90%가 아르바이트인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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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8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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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형 직원 만든 도쿄 디즈니의 인재육성법

“어디를 가도 쓰레기 하나 찾아볼 수 없는 청결함의 비결은 무엇인가요.”

“손님이 분실한 콘택트렌즈까지 찾아준다는데 정말인가요.”

도쿄디즈니랜드 리조트를 다녀간 관광객이라면 누구나 리조트 직원들의 한결같은 미소와 친절을 잊지 못한다. 도쿄를 찾는 관광객의 필수 여행코스인 도쿄디즈니 리조트는 고객만족도가 높기로 유명하다. 해마다 1500만 명이 다녀가는데 이 가운데 98%가 재방문자다. 한번 찾은 고객이 두세 번 다시 찾을 정도로 만족도가 높다는 의미다.

일본 기업이 장기 경기침체로 존폐의 위기에 놓인 와중에도 도쿄디즈니 리조트는 지난해 개장 이래 사상 최고의 이익을 냈다. 더욱 놀라운 점은 직원의 90%가 정사원이 아니라 아르바이트, 이른바 비정규직이라는 것이다. 고용이 불안한 비정규직은 조직에 대한 충성도가 낮을 것이라는 통념을 뒤집는다.

비결이 무엇일까. ‘90%가 아르바이트인데도 최고의 스태프로 성장하는 디즈니의 인재육성법’(추케출판)은 도쿄디즈니 리조트의 ‘매직’을 ‘교육을 중시하는 독특한 기업문화’라고 주장한다. 저자 후쿠시마 분지로(福島文二郞)는 1983년 도쿄디즈니 리조트에 입사해 24년 동안 직원교육과 인사 부서를 거치면서 경험한 디즈니의 인재육성법을 설명한다. 정규직이든 비정규직이든 고객만족이라는 명확한 목표를 공유하고, 이 같은 목표의식이 자연스럽게 행동으로 표출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선후배 간의 활발한 커뮤니케이션이 도쿄디즈니 리조트의 기업문화로 정착됐다는 것이다.

유명 호텔체인인 리츠칼턴과 도쿄디즈니 리조트는 모두 사원의 철저한 서비스정신으로 정평이 나 있다. 하지만 리츠칼턴은 사람의 소질을 감안해 선발과정에서부터 걸러내는 시스템인 반면 도쿄디즈니 리조트는 기본만 갖추면 누구든 선발해 인재로 키워내는 교육중시문화를 갖고 있다. 이른바 ‘사람은 경험을 통해 성장한다는 믿음’이다.

저자는 조직원들이 미션을 공유하고 효율적인 조직으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선배’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한다. 조직의 중간관리자인 선배들이 솔선수범하며 후배에 대한 따뜻한 리더십을 실천하고 후배들이 선배의 모습을 보며 닮아가는 긍정적 상호작용이 선순환을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닮고 싶은 선배를 따라하는 과정에서 체화된 조직원들의 서비스 마인드는 3월 11일 동일본 대지진이 발생했을 때 위력을 발휘했다. 당시 현장직원들은 지진 공포에 떨고 있는 고객을 위해 점포에서 판매하는 과자를 나눠주거나 고객에게 공개해서는 안 되는 직원들의 뒷무대를 공개해 화제가 됐다. 위급하고 빠른 판단을 요구하는 상황에서 현장직원이 내린 자주적인 판단이었다. 매뉴얼을 달달 외워 대처하는 대응능력이 아니라 ‘자유롭게 사고하고 행동할 수 있는 재량권’을 갖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디즈니의 인재육성법’은 지난해 말 출판 이후 8개월 동안 30만 부 넘게 팔리며 화제를 모으고 있다. 동일본 대지진 당시 위기관리 능력에 허점을 노출한 일본 사회가 디즈니식 인재육성법을 주목하고 있다는 게 일본 출판업계의 평가다.

도쿄=김창원 특파원 chang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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