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1217>王이 使人問疾하시고…

  • Array
  • 입력 2011년 8월 12일 03시 00분


코멘트
한문에서는 완곡한 표현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병이 든 사실을 말할 때 天子(천자)는 不豫(불예)라 하고, 諸侯(제후)는 負玆(부자), 大夫는 犬馬之病(견마지병), 士(사)는 負薪(부신)이라 일컫는다. 조선의 학자 李瀷(이익)이 고증했듯이 負玆란 자리를 지고 병들어 누웠다는 뜻이고 負薪이란 것도 섶을 지고 누웠다는 말일 것이다. 負薪과 유사한 말이 采薪之憂다. 병이 들어 나무를 할 수 없다는 뜻으로 자기의 병을 겸손하게 이르는 말이다. ‘맹자’ ‘公孫丑(공손추)·하’ 제2장에서는 맹자의 종형제인 孟仲子가 맹자의 병환을 가리켜 제후에 대한 겸양의 뜻에서 이 말을 사용했다.

맹자는 齊(제)나라 宣王(선왕)이 자신을 賓師(빈사)의 예로 대하지 않고 감기를 핑계로 대면서 자기 쪽에서 갈 수 없으니 조정에 들라고 요구하자, 병이 나서 조정에 나갈 수 없다고 거절했다. 다음 날에는 東郭氏(동곽씨)의 곳으로 弔問(조문)하러 가서 제나라 왕의 부름에 응하지 않은 것은 병 때문이 아님을 드러냈다. 그런데 제나라 왕은 맹자가 병환이 생겼다는 말을 듣고는 사람을 시켜 병문안하게 하고 醫者(의자)까지 보냈다. 집을 지키고 있던 맹중자는, 맹자가 오늘은 병이 나아서 조정으로 간다고 하면서 나갔다고 둘러대고는, 사람들을 시켜 맹자를 길에서 만나 귀가하지 말고 조정으로 가라고 청했다.

今病小愈는 지금은 병이 조금 나았다는 말로, 病은 명사다. 趨造는 빠른 걸음으로 나아갔다는 말이다. 能至否乎는 능히 이르렀는지 그렇지 않은지의 뜻이다. 要於路는 길목을 지켜 기다린다는 말이다. 請必無歸의 無歸는 ‘돌아오지 말라’로, 금지의 뜻을 나타낸다.

맹자의 행동은 어찌 보면 궁색한 듯도 하다. 하지만 곰곰 생각해보면 그것은 권력으로 남을 강제하려고 하는 자에 대한 통쾌한 항거가 아니겠는가.

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