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은 뜨는데… ‘나가수’ 임재범 저작권료가 고작 月 77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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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8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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쌓아만 놓고… 저작권協 매년 1000억 이상 받아주지는 않고… 음악인들에 279억~450억 미지급

“한때 수입이 저작권료밖에 없었다. 한 달에 100만∼200만 원 받았고 적을 때는 7700원이 통장에 들어왔다. 석 달 정도 돈이 (아예) 들어오지 않을 때도 있었다. 외식은 자장면 외에는 엄두도 내지 못했다. 중국식당에서 자장면과 탕수육을 1년에 두 번 정도 시켜 먹을 수밖에 없었다.”

‘나는 가수다’에 출연했던 가수 임재범 씨는 최근 TV 프로그램에서 로커로서의 고단했던 삶에 대해 이렇게 토로한 적이 있다. 얼마 전부터 부인이 갑상샘암으로 투병 생활을 시작하자 임 씨는 ‘너를 위해’ ‘고해’ 등 적지 않은 히트곡이 있었음에도 불규칙한 저작권료 수입에만 기댈 수 없어 다시 TV에 출연했고 ‘나가수’ 열풍으로 이어졌다.

한국 대중음악이 아시아를 넘어 유럽 미국에 ‘K팝 신드롬’까지 불러일으키고 있지만, 정작 많은 국내 음악인은 자신의 작품에 대한 저작권료조차 제때 못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SM엔터테인먼트 등 일부 기업형 한류가 ‘일류’를 지향하고 있지만 음악 산업의 기초인 저작권료 보호체계는 여전히 ‘하류’인 셈이다.

가수 임재범. 동아일보 DB
가수 임재범. 동아일보 DB
7일 한나라당 심재철 의원이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한국음악저작권협회 특별감사 결과를 받아 분석한 결과 저작권협회는 최근 수년간 저작권료를 저작권자에게 제대로 나눠주지 못했다. 저작권협회는 방송사 등 저작권물 이용자로부터 사용료를 받아 신탁계약자인 음악인들에게 나눠주고 이 과정에서 발생한 경비를 수수료로 받고 있다.

그러나 2007년에는 총 1104억 원의 저작권료를 음악인들에게 돌려줘야 했으나 이 중 25.3%인 279억 원을 배분하지 못했다. 2010년(8월 기준)엔 저작권료 1021억 원의 44.1%인 450억 원을 음악인들에게 돌려주지 못했다. 해마다 미분배액이 늘고 있다.

이는 관련 지급 근거 자료가 애매하거나 저작권협회의 행정 처리 절차 지연 등에 따른 것으로 감사 결과 드러났다.

저작권료 보호체계도 엉성하다. 저작권협회는 KBS 등 방송사로부터 제대로 저작권 사용료를 징수하기 위해 외부 모니터링 업체를 고용하고 있지만, 전체 저작권 자료의 34%에 해당하는 저작물에 대해서는 아예 체계적인 모니터링이 불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방송사에서 사용하는 프로그램 주제음악, 배경음악, 라디오 프로그램의 시그널 음악의 경우 음악 제목과 가수 등 관련 정보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해 방송사를 상대로 저작권료를 요구할 근거를 갖추고 있지 못하다는 것.

이런 상황에서 저작권협회 측은 별다른 근거도 없이 수천만 원의 업무 추진비를 사용해왔다. 2009년도의 경우 당시 지명길 회장은 총 8400여만 원의 업무 추진비를 사용했지만 이 중 7900여만 원은 사용처를 알 수 없는 금액으로 감사 결과 나타났다. 협회 측은 “증빙이 미비한 금액을 전부 편법 집행이라고 볼 수는 없다”고 해명했다. 저작권료 미분배와 관련해서는 “저작권자 권익 향상을 위해 이르면 올해부터 1200억 원대의 저작권료를 받아 이를 되도록 빨리 음악인들에게 돌려주겠다”고 밝혔다.

이승헌 기자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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