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연극 실종사건’… 7, 8월 신작 가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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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8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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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콘서트 활기 대조
“서울 지원금 축소-여름휴가 겹쳐 대학로 타격”

올여름 서울 대학로에서는 눈에 띄는 연극 신작을 찾기가 어렵다. 3일 대학로 마로니에공원 근처 공연 게시판을 행인 한 명이 훑어보고 있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올여름 서울 대학로에서는 눈에 띄는 연극 신작을 찾기가 어렵다. 3일 대학로 마로니에공원 근처 공연 게시판을 행인 한 명이 훑어보고 있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월 단위로 스케줄을 짜 매달 30여 편의 공연을 관람하는 ‘공연 마니아’ 이정만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공연물 책임 심의위원은 올해 7, 8월엔 관람 계획을 짜는 데 애를 먹었다. 평소 관람 작품의 80% 정도가 연극 장르인데 올여름엔 볼만한 신작 연극이 없었기 때문.

이 씨는 “그나마 공연이 장기 공연이라 볼 작품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 할 수 없이 올여름엔 연극 비중을 줄이고 뮤지컬과 한국 전통공연을 많이 보고 있다”고 말했다.

휴가철을 맞아 휴가객이 많아지는 여름은 사실 예전부터 ‘연극 비수기’로 꼽혀왔다. 지난해에는 세계 금융위기 여파로 전반적인 경기가 안 좋았고 월드컵도 있어 공연 관객이 더욱 위축됐다. 그런데 올해는 뮤지컬과 콘서트가 특히 활기를 띠고 있어 상대적으로 연극계가 더욱 움츠러든 분위기다. 두산아트센터 강석란 예술감독은 “여름에는 볼만한 공연이 잘 안 올라오기 때문에 기대를 안 하는 편인데 그래도 올해는 신작이 특히 드문 것 같다”고 말했다.

공연 예매사이트인 인터파크에 따르면 올 상반기 뮤지컬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예매가 80% 늘었다. 콘서트는 118%나 증가했다. 반면 연극은 28% 증가하는 데 그쳤다. 그나마 ‘보잉보잉’ ‘라이어’ 같은 장기공연 코믹물이 관객을 꾸준히 끌어들인 덕분이다. 연극인들은 올여름 이렇다 할 신작이 드문 것에 대해 민간 공연단체에 대한 지원금 축소, 여름 휴가철이라는 계절적 요인, 전반적인 연극계의 침체 탓에 누적된 동력 약화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했다.

극단 여행자의 양정웅 대표는 “뮤지컬은 상업 장르니까 투자를 받아 제작할 수 있다. 하지만 연극은 듣기 싫은 소리도 해야 하고, 실험적인 작품도 해야 하는 특성상 수익을 내기 어렵다. 그래서 지원금에 기댈 수밖에 없는데 지원금이 줄어드니 타격이 크다”고 말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2009년부터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지역협력형 사업의 서울지역 배분금액 비율을 계속적으로 줄여왔다. 지역 안배가 명분이다. 이로 인해 한 극단에 연간 많게는 1억 원 가까이 돌아가던 지원금이 2000만 원 이하로 줄어들었다는 것.

극단 코끼리만보의 김동현 대표는 “연극은 새로운 관객을 접촉하고 소통하면서 창작에 대한 동력을 얻는데 연극 관객층이 점점 얇아지는 상황에서 동력을 잃고 있다. 도전적이어야 할 30대 연출가들이 대형 기획사의 상업적인 프로그램에 묶여 종속되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계절 요인’이란 대학생 단체 관객에 상당히 의존하는 연극의 특성 때문에 방학기간이 있는 여름에는 극단들이 신작을 잘 안 올려 왔다는 것. 휴가객이 야외로 빠져나가 오히려 지방 공연에 시간을 많이 할애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명동예술극장 구자흥 극장장은 “최근 대학로 연극인들로부터 (연극 실종에 대해) 얘기를 들었다. 우리 같은 공공단체들이 실력 있는 기획자, 배우들을 다 끌어간다는 얘기도 하더라. 일부는 공감한다. 연극인들이 함께 머리를 맞대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김성규 기자 kim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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