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1211>城非不高也며 池非不深也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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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8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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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가 존속하고 발전하려면 天時와地利와 人和의 세 요건이 필요하다. 그 요건들을 비교하면 天時는 地利만 못하고 地利는 人和만 못하다. 맹자는 이 결론을 제시하고, 전쟁의 실례를 들어 天時가 地利만 못하다는 사실을 입증한 후 地利가 人和만 못하다는 사실을 또 입증했다.

城非不高也의 非不∼은 이중부정을 통해 완전긍정의 뜻을 나타낸다. 위에서 이 구문이 네 번이나 사용되었다. 城非不高也와 池非不深也는 같은 어법의 구를 나란히 놓아 對仗(대장)을 이루었다. 對仗을 과거에는 對句라고 했다. 하지만 對句라 하면 出句의 짝을 이루는 구를 가리킬 수 있다. 池는 해자를 말한다. 兵革非不堅利也와 米粟非不多也도 對仗의 형태이다. 兵革非不堅利也에서 兵은 利와 상관하고 革은 堅과 상관한다. 革兵이라 하지 않는 것은 女男, 北南, 婦夫라 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로 음조상의 문제다. 委而去之의 委는 委棄(위기)의 뜻이다. 是地利不如人和也는 사실을 정의하는 어법 같지만 이유를 설명해주는 문장이다. 이것은 앞서의 是天時不如地利也와 같다.

맹자는 ‘성이 높지 않은 것이 아니고 해자가 깊지 않은 것이 아니로되 이것을 버리고 떠날 수 있다’고 하여, 성과 해자는 나라를 지키는 방도로서는 지엽이라고 보았다. 그런데 ‘양혜왕·하’ 제13장에서 등(등)나라 文公(문공)이 강대국을 섬기는 문제를 물었을 때, 맹자는 ‘해자를 더 깊이 파고 성을 더 높이 쌓아 백성들과 더불어 지켜서 백성들이 목숨을 바쳐 떠나가지 않는다면 이것은 해볼 만한 일입니다’라고 했다. 성과 해자도 분명 중시한 것이다. 그렇다면 맹자의 말에는 모순이 있는가. 柳成龍(유성룡)은 고시관으로서 과거 시험에서 策問(책문)을 내어 이렇게 물었다. 답안을 어떻게 작성할 것인가? 외적을 막으려면 성과 해자도 중요하지만, 백성을 학대한다면 內潰(내궤·안에서 무너짐)할 것이다. 맹자는 일관되게 이 점을 말하고 있다.

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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