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항아리처럼 넓고 깊은 강익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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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7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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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미술관서 미니 회고전
평면-입체-설치작품 두루 소개

서울 강남구 대치동 포스코센터 빌딩 로비에 설치된 달항아리 신작 앞에 선 작가 강익중 씨. 사각형 나무 상자를 조합해 은은한 백자의 느낌을 살려냈다. 고미석 전문기자 mskoh119@donga.com
서울 강남구 대치동 포스코센터 빌딩 로비에 설치된 달항아리 신작 앞에 선 작가 강익중 씨. 사각형 나무 상자를 조합해 은은한 백자의 느낌을 살려냈다. 고미석 전문기자 mskoh119@donga.com
거대한 폭포의 물줄기가 시원하게 쏟아진다. 실제 폭포가 아니라 미술관 입구에 걸린 평면 작품으로 발광다이오드(LED) 조명으로 물의 흐름을 살려냈다(‘폭포와 항아리’). 안에 들어서면 산의 형태로 쌓아 놓은 흙더미 사이로 굽이굽이 물길이 이어진다. 물길 따라 흘러가는 작은 달항아리들이 부딪치며 투명한 화음을 빚는다(‘산, 달항아리’).

서울 강남구 대치동 포스코센터 2층 포스코미술관에서 열리는 ‘강익중 대 강익중’전은 산과 폭포를 전시장으로 옮겨와 잠시나마 더위를 잊게 한다. 전시는 광화문 복원공사의 가림막 작가로 대중과도 친숙한 강익중 씨(51)가 걸어온 20여 년 작품세계를 돌아보는 미니 회고전 형식으로 꾸몄다. 28년 전 유학을 떠난 뒤 줄곧 미국 뉴욕에서 생활해온 그가 가난한 유학생 시절 지하철에서 그린 3인치 그림부터 1990년대 처음 소개된 초콜릿을 입힌 맥아더 조각상, 그를 대표하는 ‘달항아리’ 신작까지 평면, 입체, 설치작품을 두루 볼 수 있다. 평론가 정준모 씨는 “시장에서 좋아하는 작품 말고도 그가 할 줄 아는 것이 많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전시”라고 소개했다.

전시에 맞춰 서울에 온 강 씨는 “설렁탕 국물을 계속 끓이다가 갑자기 손님이 찾아와 한 그릇 퍼준 듯한 느낌의 전시”라며 “어떤 건더기가 나올지 나도 궁금했는데 달항아리와 한글이 중심을 이룬 것 같다”고 말했다. 두 개의 그릇이 모여 완성되는 달항아리, 자음과 모음이 합쳐 소리를 만드는 한글은 ‘민족의 통일을 이야기하는 비밀코드’라는 점에서 그에겐 오래된 화두다.

1994년 휘트니미술관에서 그를 아꼈던 백남준과 ‘멀티플 다이얼로그’전을 열고 1997년 베니스 비엔날레 특별상을 수상한 그는 요즘 어린이들의 꿈을 모으는 공공미술에 관심을 쏟고 있다. ‘예술은 사람들을 흔들어 깨우는 역할, 연결하는 역할, 치료의 효과가 있어야 한다’는 믿음 때문이다. 9월 28일까지. 02-3457-1665

고미석 전문기자 mskoh1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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