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과 패션의 섞임 우리가 남이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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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7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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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급 작가-디자이너 협업전 ‘Fashion into Art’

‘Fashion into Art’전에선 미술과 패션의 소통을 통한 새로운 영역의 작품을 선보인다. 시퀸(반짝이 장식)을 소재로 사용하는 작가 노상균 씨의 작품에 영감을 받은 디자이너 지춘희 씨는 스팽글로 만든 황금빛 드레스를 완성했다. 보그코리아 제공(위에서 왼쪽), 화가 홍경택 씨의 ‘연필’ 시리즈와 루비나 씨가 연필과 니트를 이용해 만든 드레스.(위에서 오른쪽), 옷의 라벨을 소재로 활용해온 미술가 김지민 씨와 부부 디자이너 스티브&요니 팀의 협업으로 완성된 작품은 뭔가에 중독돼 살아가는 현대인의 모습을 풍자한다. 각 인물은 자신을 상징하는 단어가 적힌 쇼핑백을 들고 있다.(아래)
‘Fashion into Art’전에선 미술과 패션의 소통을 통한 새로운 영역의 작품을 선보인다. 시퀸(반짝이 장식)을 소재로 사용하는 작가 노상균 씨의 작품에 영감을 받은 디자이너 지춘희 씨는 스팽글로 만든 황금빛 드레스를 완성했다. 보그코리아 제공(위에서 왼쪽), 화가 홍경택 씨의 ‘연필’ 시리즈와 루비나 씨가 연필과 니트를 이용해 만든 드레스.(위에서 오른쪽), 옷의 라벨을 소재로 활용해온 미술가 김지민 씨와 부부 디자이너 스티브&요니 팀의 협업으로 완성된 작품은 뭔가에 중독돼 살아가는 현대인의 모습을 풍자한다. 각 인물은 자신을 상징하는 단어가 적힌 쇼핑백을 들고 있다.(아래)
《아트는 패션에 힘을 보태고, 패션은 아트에 영감을 불어넣었다. 국내 정상급 미술가들과 패션 디자이너들의 협업을 바탕으로 기획된 ‘Fashion into Art’전은 각기 다른 분야의 창의적 아이디어가 기발하고 감각적인 작업으로 탄생하는 과정을 살펴볼 기회다. 26일 서울 중구 태평로 삼성생명빌딩 1층 플라토(옛 로댕갤러리)에서 개막하는 이 전시에선 아티스트와 패션 디자이너가 짝을 이뤄 새로운 영역의 작품을 선보였다.》
미술 쪽에선 이용백 이이남 김기라 김남표 신미경 이용백 천성명 최원준 씨 등 회화 조각 설치 영상 분야 작가 15명이 망라됐다. 패션 부문에선 진태옥 설윤형 한혜자 문영희 스티브J&요니P 정구호 한상혁 씨 등 30대부터 70대까지 유명 디자이너 15개 팀이 참여했다.

미술과 패션의 단순 접목에 그치지 않고, 화학적으로 결합한 작품들을 선보여 흥미를 더한다. 첫눈에 공통분모가 드러나는 작품도 있고, 알쏭달쏭한 관계를 추리하는 재미를 주는 작업도 있다. ‘보그 코리아’의 창간 15주년 기념 기획전으로 8월 13일까지 열린다. 2000∼3000원. 02-510-4360

○ 아트가 녹아든 패션

전시장에 들어서면 평균대와 계단, 구름다리로 이어진 이색 런웨이가 보인다. 오토바이 경주로가 연상되는 무대에선 사진조각으로 알려진 권오상 씨와 디자이너 한상혁 씨가 협업한 옷을 입은 모델이 헬멧을 쓰고 행진한다. 지용호 씨는 폐타이어로 오래된 고목 같은 느낌의 좌대를 완성했다. 그 위에 원로 디자이너 진태옥 씨의 조형적 아트웨어를 입은 마네킹이 서 있다. 몽골에서 가진 예전 패션쇼에서 발표한 옷들을 해체, 재조합한 의상은 고목의 표면 같은 거친 질감이 살아 있어 좌대와 한 몸을 이룬다.

디자이너 지춘희 씨는 노상균 씨의 시퀸(반짝이 장식) 작업에서 영감을 받아 금빛 스팽글을 이어붙인 드레스를 제작했다. 2010년 파리 컬렉션 등 여러 차례 작업을 교류해온 디자이너 이상봉 씨와 작가 박승모 씨는 석고 조각을 마네킹 삼아 철사로 만든 의상을 발표했다. 스크린에서 동서양의 미인도가 교차하는 이이남 씨의 영상작품은 동양적 매듭장식으로 바로크 양식의 옷을 표현한 설윤형 씨의 의상과 조화를 이룬다.

○ 패션을 입은 아트

젊은 작가 김기라, 박미나, 김지민 씨는 자신의 기존 작품에 패션을 절묘하게 융합한 신작으로 눈길을 끈다. 김기라 씨는 벽화 드로잉과 장식장 프로젝트에 디자이너 손정완 씨의 패션 스케치와 자잘한 수집품을 결합한 설치작품을 선보였다. 도형 글꼴인 딩뱃을 활용하는 박미나 씨는 서상영 씨와 데님 천으로 딩뱃 작품을 완성했다. 김지민 씨는 스티브, 요니 부부 디자이너와 쇼핑백을 든 설치작품으로 소비에 중독된 현대인을 풍자했다.

올해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의 작가 이용백 씨와 한혜자 씨는 판타지 세계를 선보였다. 컴컴한 방에 싱글 채널 비디오 ‘앤젤 솔저’와 검은 수조에 둥둥 떠 있는 흰색 드레스가 어우러지며 기이한 아름다움과 공포를 자아낸다. 디자이너 루비나 씨와 홍경택 씨의 협업도 인상적이다. 디자이너 작업실에 갔다 아이디어를 얻은 홍 씨는 5000개의 실패를 벽면에 부착한 작업을 선보였고 루비나 씨는 ‘연필’ 시리즈의 화려한 색감과 구상에서 영감을 받아 연필로 니트 의상을 직조했다.

이 전시를 기획한 이미혜 씨는 “디자이너는 패션쇼에서 보여줄 수 없었던 실험적 의상을, 작가들은 그동안 시도하지 못한 작업을 선보인 만남의 자리”라고 소개했다. 미술과 패션이 서로의 아이디어를 공유함으로써 새로운 영역에 도전한 점에서 눈여겨볼 만한 전시다.

고미석 전문기자 mskoh1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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