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1200>自耕稼陶漁로 以至爲帝히 無非取於人者러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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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7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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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자는 聖賢(성현)이 善(선)을 좋아한 사례로 子路(자로), 禹(우), 舜(순)의 경우를 거론했다. 공자의 제자 子路는 스스로를 닦음에 용감해서, 자신에게 허물이 있다는 말을 들으면 기뻐했다. 夏(하)나라를 개국한 禹는 남이 내 허물을 지적하길 기다릴 것도 없이, 가르침이 될 선한 말을 들으면 拜謝(배사·삼가 감사함)하면서 받아들였다. 그런데 舜임금은 자신이 선하지 못하면 자신의 이념이나 계획을 고집하지 않고 남을 따르며, 남에게 선한 언행과 계획이 있음을 보면 남의 것을 그대로 실행해 옮겼다. 곧, 舜임금은 子路나 禹보다 훨씬 대단해서, 善을 공적인 것으로 여겨 善을 남과 함께하였던 것이다. 맹자는 순임금이 微賤(미천)한 신분일 때도, 또 高貴(고귀)한 제왕일 때도, 변함없이 남에게서 선을 취했다고 덧붙였다.

自∼以至∼는 ‘∼로부터 ∼에 이르기까지’의 恒常性(항상성)을 나타낸다. 耕稼陶漁(경가도어)는 순임금이 미천할 때 歷山(역산)에서 밭 갈아 곡식 심고 河濱(하빈)에서 질그릇 구우며 雷澤(뇌택)에서 물고기 잡았다는 고사를 말한다. 爲帝는 제왕이 됨이다. 이때의 爲는 ‘∼이 되다’이다. 無非∼는 이중부정을 통해 완전히 긍정하는 표현이다. 取於人은 앞서 나온 取於人以爲善의 줄임말로, ‘남에게서 취해 선을 행함’을 뜻한다.

舜은 아버지가 자신을 용납하지 않는데도 진심으로 효를 다했다고 하며, 미천할 때 耕稼陶漁를 했지만 堯(요)임금이 그의 사람됨을 알아보고 두 딸을 아내로 삼게 했으며 뒤에는 帝位(제위)를 그에게 禪讓(선양)했다고 한다. 金時習(김시습)은 ‘人才說(인재설)’에서 고전의 사례를 분석하여, 밭 갈고 곡식 심으며 질그릇 굽고 물고기 잡는 사람이든, 그물로 토끼 잡는 사람이든, 소에게 꼴 먹이는 사람이든, 짐승을 도살하는 사람이든, 어쩌다 죄를 지은 사람이든, 누구라도 한 시대의 유능한 인재가 될 수 있다고 했다. 代不乏人(대불핍인)이라는 것이다. 어느 시대든 인재가 없는 것이 아니다. 인재를 알아보지 못하고, 알아보더라도 제대로 쓰지 못하는 것이 문제다.

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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