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리뷰]무술로 단련된 배우들 ‘땀의 향기’ 물씬, 독창성 미흡… 끊기는 극흐름도 아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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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7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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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병신 3단 로봇’
액션★★★☆ 연기★★★ 대본★★★ 연출★★★

‘SF 활극’이라는 수식어를 붙인 연극 ‘병신 3단 로봇’은 무협영화 같은 액션이 볼거리다. 극 중 수없이 맞고 쓰러지는 공상철 역으로 배우 박복안 씨(왼쪽)와 한일규 씨가 번갈아 출연한다. 극발전소 301 제공
‘SF 활극’이라는 수식어를 붙인 연극 ‘병신 3단 로봇’은 무협영화 같은 액션이 볼거리다. 극 중 수없이 맞고 쓰러지는 공상철 역으로 배우 박복안 씨(왼쪽)와 한일규 씨가 번갈아 출연한다. 극발전소 301 제공
무대 세트와 소품에 얼마나 투자를 해야 제대로 된 공연을 할 수 있을까. 연극 ‘병신 3단 로봇’(정범철 작·연출)은 무대 세트래야 뒤편에 쌓아 놓은 종이 박스가 거의 전부다. 극 중 ‘로봇인간’은 반짝이는 재질의 조끼를 걸치는 것으로, 첨단의 변신로봇 장난감과 주인공의 아들은 페트병으로 대신했지만 극의 재미를 반감시키지 않는다.

막이 오르면 일본 연극의 구로코(黑子·검은색 복장으로 무대세트를 이동하거나 초자연적 존재로 등장하는 인물)를 연상시키는 ‘포그맨’(명인호)이 등장한다. “상상하십시오. 여러분이 무엇을 상상하시든 따악 그만큼만 보시게 될 것입니다.” 주인공 공상철(박복안)이 로봇으로 변신하는 장면은 포그맨이 뒤에서 양손에 손전등을 들고 사람의 실루엣을 따라 움직이는 것으로 표현할 뿐인데 그럴듯했다.

2008년 서울예대 졸업생들이 주축이 돼 창단한 극발전소 301은 자칫 유치할 수 있는 로봇이라는 소재를 패기와 뚝심으로 밀고 나간다. ‘사회에서도 가정에서도 설 자리를 잃은 아버지의 좌절과 극복’이라는 다소 진부한 주제이지만 빠른 이야기 전개와 웃음을 끌어내는 경쾌한 대사, 잘 짜인 액션의 ‘합’으로 이를 보상한다.

공상철은 친구 빚보증을 잘못 섰다가 재산을 압류당하고 회사에서도 정리해고된다. 아내는 6세 아들을 팽개친 채 도망간다. 한강 다리에서 투신으로 생을 끝내려는 순간 변신로봇 장난감을 파는 노점상 노인(이국호)을 만나고 죽기 전에 아들에게 변신로봇을 선물하기로 마음먹는다. 하지만 100만 원을 호가하는 장난감 살 돈이 어디 있으랴. 훔쳐가려다 몸싸움을 벌이는 중에 스스로가 로봇으로 변신한다. 하지만 얼토당토않은 이유로 아들을 인질로 잡고 10억 원을 요구하는 왕사장(김영진) 일당에게 맞서기 위해선 더욱 강해져야 한다.

‘마방진 액션 스쿨’로 불리는 극공작소 마방진 출신의 무술 고수 이국호 씨가 무술감독을 맡아 한 달 반 동안 매일 예닐곱 시간씩 배우들을 단련시킨 ‘땀의 향기’가 작품 전체에 물씬했다. 특히 맞고 뒹구는 장면이 태반인 공상철 역을 맡은 박복안 씨의 몸 연기는 처절하기까지 했다.

“상상하라. 그리하면 보일 것이다”라는 대사와 함께 나오는 포그맨의 잦은 등장이 극의 자연스러운 흐름을 자꾸 끊는 것은 불필요한 개입으로 보였다. 극 막판 “인간의 고뇌와 불행은 꿈처럼 짜여진 운명인가. 어쩌면 나는 매우 길고 길 꿈, 영원히 끝나지 않을 꿈을 꾸고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상관없다. 그래도 이 꿈은 꿀 만하니까”라는 공상철의 대사는 너무 쉽게 ‘상황’을 정리하는 느낌을 줬다. 마방진의 연극 ‘칼로 막베스’를 연상시키는 부분들도 극단이 더 독자적인 창작 세계를 구축하려면 극복해야 할 점이다.

김성규 기자 kimsk@donga.com   

:i:24일까지 서울 대학로 마방진 소극장. 2만 원. 070-8759-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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