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1190>巫匠도 亦然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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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7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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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公孫丑(공손추)·상’의 제7장인 ‘矢人函人(시인함인)’장에서 맹자는 화살 만드는 사람과 갑옷 만드는 사람의 예를 들어 기술을 선택할 때는 신중히 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사람으로서 올바르게 살아가기 위해서는 仁의 행동을 선택하여야 한다고 강조하기 위해 그러한 비유를 한 것이다. 맹자는 무당과 관 만드는 목수의 예도 추가해서 들었다. 본래의 무당은 사람들을 위해 기원하여 사람이 사는 것을 이롭게 여겼다. 이에 비해 관 만드는 목수는 관과 덧널을 만들어야 먹고살기 때문에 사람이 죽는 것을 이롭게 여긴다.

巫匠은 무당과 관 만드는 목수를 합하여 말한 것이다. 巫는 무당인데, 옛날에는 의술을 겸했다. 의사를 뜻하는 醫(의)를 무당 무 자가 들어 있는 (예,의)(의)로도 쓰는 것은 그 때문이다. 匠은 기술자를 뜻하는 匠人을 가리키는데, 여기서는 특히 棺槨(관곽), 즉 관과 덧널을 만드는 기술자를 말한다. 亦然은 화살 만드는 사람인 矢人과 갑옷 만드는 사람인 函人의 관계와 같다는 말이다. 術은 學術(학술)이나 職業(직업) 따위를 두루 가리킨다. 不可不…은 ‘… 하지 않을 수 없다’로 이중부정을 통해 어떤 사태를 완전히 긍정하면서 권장하는 뜻을 나타낸다.

고려의 李穡(이색)은 어느 시에서 “군자는 마땅히 기술을 삼가야 하니, 화살 만드는 사람이 본시 어질지 못한 것은 아니로되, 학습이 사람 가슴 뚫는 데 있기에, 생각하면 참으로 괴로우리라(君子當愼術, 矢人非不仁, 習在洞人胸, 念之良苦辛)”라 하고 “이 때문에 학교에 들어간 처음에는, 도를 밝히고 또 윤리를 밝히는 것이다(所以入學初, 明道仍明倫)”라고 강조했다. 공부나 기술에 귀천이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익을 쫓아 세태에 영합하는 학문을 하거나 悖倫(패륜)의 일을 생업으로 삼는다면 그것은 본심을 확충하는 일이 아닐 뿐 아니라 오히려 본심을 해치게 된다. 그렇기에 청소년을 위한 교육은 무엇보다도 인간다움을 추구하는 정신을 심어주는 데 주력해야 하고, 그들이 일생 堅持(견지)하게 될 학술이나 생업을 신중히 선택하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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