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여대 한국학과 ‘한국인의 미의식’ 종강… 외국인 유학생들의 한마디

  • Array
  • 입력 2011년 6월 15일 03시 00분


코멘트

“한국美는 자연친화-자유분방함이 매력”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한국학과의 ‘한국인의 미의식’ 종강을 기념하는 경복궁 답사. 경복궁 건청궁에서 최준식 이화여대 교수(오른쪽에서 세번째)와 일본 중국 카자흐스탄 베트남 미얀마 유학생, 한국인 학생들이 한국의 미에 대해 토론하고 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한국학과의 ‘한국인의 미의식’ 종강을 기념하는 경복궁 답사. 경복궁 건청궁에서 최준식 이화여대 교수(오른쪽에서 세번째)와 일본 중국 카자흐스탄 베트남 미얀마 유학생, 한국인 학생들이 한국의 미에 대해 토론하고 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한국미? 그것은 자연미입니다.” “자유분방함, 활달함이지요.”

13일 오후 서울 경복궁.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한국학과 ‘한국인의 미의식’ 종강 답사가 이뤄졌다. 최준식 이화여대 교수가 한 학기를 마무리하며 경복궁에서 한국미에 대해 이야기하는 시간을 마련한 것이다. 수강생 15명 가운데 8명이 자리를 함께했고 이 중 5명이 외국인 유학생이었다.

경복궁의 가장 깊은 곳인 건청궁 안으로 들어섰다. 최 교수가 명성황후 시해 사건인 을미사변에 대해 이야기하자 모두 숙연해졌다. 건청궁을 나와 향원정 옆 샘물 열상진원(洌上眞源)에서 멈췄다. 학생들의 표정은 향원정의 녹음처럼 싱그러웠다.

‘한국인의 미의식’은 한국문화의 국제화를 위해 한국의 미와 한국인의 미의식을 탐구하는 수업. 최 교수가 질문을 던졌다. “한 학기 수업을 통해, 그리고 한국생활을 통해 여러분이 느낀 한국미는 무엇인가요?”

유학생들의 답변이 거침없이 이어졌다.

“미얀마의 왕궁을 보면 나무 같은 자연은 없고 건물만 있습니다. 한국의 궁궐은 산도 있고 나무도 있고 연못도 있어요. 자연스럽습니다. 건물의 색도 자연친화적입니다.”(인 인 에이 씨·미얀마)

“한국의 미는 역시 자연의 미예요. 중국의 미는 인위적입니다. 중국은 인간의 힘을 강조하지요. 한국은 자연과의 조화를 위해 건물 위치를 중시합니다. 여기 경복궁을 보세요. 산도 있고 물도 있습니다. 그게 매력입니다. 제가 한국에서 가장 좋아하는 문화재는 안동 병산서원이에요.”(마샤오루·馬驍(노,로) 씨·중국)

최 교수가 “한국 문화재에도 화려하게 꾸민 것이 많은데 정말 자연미라고 할 수 있느냐”고 물었다. 마 씨의 답은 확고했다.

“그렇습니다. 화려하기로 치면 한국은 중국을 따라가지 못합니다. 두 나라를 비교해볼 때 화려함이 한국미의 특징이 될 수는 없습니다. 자연미에서 건축은 한국이 낫고 화려함에서 도자기는 중국이 낫다고 생각합니다.”

이들 유학생은 모두 한국 정부의 장학금을 받고 있고 한국어가 유창하다. 일본인 아라이 요시코(荒井淑子) 씨는 자유분방함을 한국미의 특징으로 들었다. 최 교수가 “단정 지을 수 있느냐”고 물었다. 아라이 씨의 생각도 똑 부러졌다.

“그럼요. 한국 중국 일본을 비교해보면 확실히 다릅니다. 중국 일본은 정형에 집착하는데 한국만 틀을 깨고 있습니다. 한옥의 자연스러움도 결국은 자유분방함이죠. 분청사기도 그렇고 판소리도 그렇지요. 판소리를 들어보세요. 약간 거칠지 않습니까? 늘 고운 소리만이 예술이 되는 건 아닙니다. 중국 일본에는 이런 것이 없습니다.”

베트남에서 온 마이황완 씨가 거들었다.

“정말 그래요. 한국인의 미의식은 자유분방함입니다. 베트남 중국과 비교해보면 금방 알 수 있어요.”

이들은 한국에서 무엇을 공부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얘기를 나눴다. 카자흐스탄에서 온 알리모바 나기마 씨는 “한국과 카자흐스탄의 샤머니즘을 비교 연구하고 싶다”고 했다. 베트남의 마이황완 씨는 한국인의 의식구조, 한국인의 내면심리학에 관심이 많다고 했다. 일본의 아라이 씨는 한국과 일본 불교예술의 비교 연구에 관심을 보였다.

중국의 마 씨는 “한국에 와서 보니 비로소 중국을 알겠다. 중국에 있을 때는 사실 중국을 잘 몰랐다”고 했다. 상대를 통해 자신의 문화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는 뜻이었다. 듣고 있던 최 교수도 찬찬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광표 기자 kplee@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