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0년 잠 깬 고구려 철갑옷… 경기 연천서 원형대로 출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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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5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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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제조각 이어만든 ‘찰갑’ 형태… 온전한 발굴 남-북-중 첫 사례

경기 연천군 임진강변 무등리 제2보루 내 주요 군사건물을 지키던 고구려 장군의 철비늘갑옷. 목부터 어깨를 감싸는 부분이 쌍영총 고구려 장수 벽화와 유사하다. 연천=김진 기자 holyjjin@donga.com
온전한 상태의 고구려 철비늘갑옷이 처음 발굴됐다.

경기 연천군 고구려 보루유적을 발굴 중인 서울대박물관 발굴조사단(단장 이선복 교수)은 “임진강변 무등리 제2보루에서 고구려 무사의 철비늘갑옷을 찾아내 발굴을 진행하고 있다”고 17일 밝혔다.

그동안 고구려 철비늘갑옷의 조각들이 몇 개씩 발굴된 적은 있지만 온전한 모습으로 발굴되기는 한국과 북한 중국을 통틀어 이번이 처음이다.

연천 지역은 6세기 전후 고구려 백제 신라의 쟁탈전이 치열했던 곳. 무등리 보루는 임진강을 경계로 신라군과 대치하고 전투를 벌였던 고구려군의 성곽 기지다. 서울대 발굴단은 연천군의 의뢰로 지난달부터 무등리 보루의 내부 유적을 발굴 조사해 왔다.

철비늘갑옷의 일부가 처음 모습을 드러낸 것은 이달 8일. 철비늘갑옷은 성곽 내 주요 군사건물의 출입구로 추정되는 문기둥 바로 옆에서 발견됐다. 처음엔 철갑옷의 목 부분만 노출됐지만 발굴이 진행되면서 17일엔 어깨 부분과 팔목 부분까지 노출돼 온전한 갑옷의 모습을 드러냈다. 이선복 교수는 “출입구 옆에서 발견된 것으로 미루어 볼 때 주요 군사시설을 지키던 고구려 장수가 신라군의 급습을 받아 급히 갑옷을 버려두고 도망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번에 발굴된 철갑옷은 작은 철제 조각들을 가죽끈으로 이어 만든 ‘찰갑’ 형태다. 철판을 가슴 부위에 통째로 댄 가야군의 ‘판갑’과는 다른 모습이다. 고구려 병사의 철갑옷은 그동안 고구려 벽화를 통해서나 그 모습을 짐작할 수 있었지만 이번 발굴로 정확한 형태를 알 수 있게 됐다. 이 교수는 “실물로 고구려 철갑옷의 온전한 형태를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은 고대사 연구에 있어 일대 사건이다. 삼국시대 전쟁사 및 고구려 연구에 귀중한 사료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연천의 임진강 유역에서는 그동안 고구려성곽, 단야로(제철시설), 불에 탄 군량미 등이 발굴된 바 있다. 발굴조사단은 18일 오후 발굴 현장에서 학술자문회의를 열고 발굴조사 내용을 공개할 예정이다.

연천=김진 기자 holyjj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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