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은 그림일 뿐” “의미-상징 담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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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4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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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수진 씨 ‘입체 나선형…’ 전 - 은유-상징 뺀 시각언어 추구
김혜련 씨 ‘그림에 새긴…’ 전 - 색채로 문학적 감수성 표현

정수진 씨의 ‘입체
나선형 변증법’. 작
가는 특정한 이야기
혹은 상징, 은유를
전달하는 도구가 아
니라 시각언어의 고
유함을 표현하는 회
화를 추구한다.
몽인아트센터 제공
정수진 씨의 ‘입체 나선형 변증법’. 작 가는 특정한 이야기 혹은 상징, 은유를 전달하는 도구가 아 니라 시각언어의 고 유함을 표현하는 회 화를 추구한다. 몽인아트센터 제공
그림이 알쏭달쏭하다. 캔버스 아래쪽에 등 돌린 남자와 강아지 얼굴이 겹쳐 있고 양옆으로 음료수 진열장이 놓여 있다. 진열장 사이로 사람들의 얼굴이 둥둥 떠 있어 상상과 호기심을 자극한다. 화가 정수진 씨(42)의 ‘입체·나선형 변증법’이란 작품이다. 이는 또 전시의 제목이자 정 씨가 색채와 형태가 순수하게 화면 위에서 만나 화면을 구성하는 논리를 가시화한 방법론의 이름이기도 하다.

서울 종로구 삼청동 몽인아트센터에서 5월 22일까지 열리는 개인전에서 그는 ‘시각언어의 고유함’에 대한 자신의 신념을 담은 회화와 100점의 판화로 전시를 구성했다. 이번에도 그림 속에 특정 이야기, 상징과 은유를 담기보다 순수한 형상 자체를 시각적으로 바라보는 과정을 결과물로 선보였다. 작가는 밑그림 없이 곧바로 캔버스에 작업하는데 온갖 이미지를 지우고 덧붙이면서 사실적이면서 추상적이고, 회화적이면서 만화적 요소가 혼재된 작품이 탄생한다. 엉킨 실타래처럼 보이면서도 세련된 색채와 낯선 이미지가 조화를 이룬 그림이 묘한 즐거움을 선사한다. 02-736-1446

또 다른 여성 화가 김혜련 씨(47)의 회화에는 이와 달리 문학적 감수성이 짙게 배어 있다. 김 씨는 색채와 이미지를 통해 상징과 의미를 길어 올린다. 다양한 점도와 색상을 가진 유화 물감을 혼합한 뒤 호방한 필법으로 그려낸 그림에서는 유화와 수묵화의 느낌이 공존한다.

‘그림으로 새긴 문자’를 주제로 24일까지 서울 송파구 방이동 소마미술관 드로잉센터에서 열리는 개인전에서 김 씨는 유화 드로잉 ‘DMZ’ ‘경계에서’ 연작으로 3개의 벽면을 꽉 채웠다. 임진강이 보이는 마을에 사는 작가는 분단과 억압을 상징하는 철조망 뒤로 펼쳐진 자연을 통해 슬픔과 아름다움이 엇갈린 풍경의 울림을 변주한다. 02-425-1077

고미석 기자 mskoh1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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