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가 본 이 책]에너지, 아는 만큼 절약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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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4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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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세계일주
블랑딘 앙투안, 엘로디 르노 지음·변광배, 김사랑 옮김 428쪽·1만4800원·살림

이필렬 파시브하우스 디자인연구소장
이필렬 파시브하우스 디자인연구소장
이 책은 프랑스의 에너지 연구자면서 에너지 운동가인 두 여성의 체험기다. 두 사람은 대학에 다닐 때부터 에너지 문제가 중요하다는 것을 인식하고 2006년 프로메테우스라는 단체를 설립했다. 시민들이 에너지에 대해 상당한 이해 수준에 도달할 수 있도록 지식과 정보를 제공하고, 그럼으로써 에너지 수요자로서 책임 있는 선택을 하고 실천하도록 만들겠다는 취지였다.

이런 문제의식으로 똘똘 뭉친 두 사람은 세계 곳곳을 누비며 다양한 에너지 생산과 소비의 현장을 살폈다. 내용은 크게 둘로 나뉜다. 1부에는 화석연료와 재생가능 에너지 생산의 구체적 사례를 담았다.

석유, 석탄, 천연가스, 원자력 같은 전통적인 에너지의 생산현장과 연구현장뿐만 아니라 수력발전, 조력발전, 조류발전, 지열, 삼림, 바이오매스, 바이오가스, 태양열 등 재생가능 에너지 현장을 찾았다. 앙골라와 남아프리카공화국, 노르웨이 등을 동분서주 누빈 덕분에 독자는 지구상 거의 모든 종류의 에너지가 어떻게 생산되고 그 부문에서 어떤 연구가 이루어지는지 이해할 수 있다.

2부에서는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소비하는 현장의 사례를 소개한다. 효율적인 보일러를 설치해 땔감을 절반이나 줄인 모로코의 목욕탕, 에너지 효율 면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울 여러 공장, 독일 프라이부르크 보방의 저에너지 주택과 파시브하우스, 애머리 로빈스가 세운 미국 로키마운틴연구소의 현장 등을 그렸다.

저자들은 현장에서 작지만 위대한 아이디어를 종종 목격했다. 사탕수수 부산물을 모두 활용하는 잠비아의 설탕공장, 고전적인 발효 방식으로 환경오염을 최소화한 미국의 맥주공장, 학교 전체 에어컨을 제어할 수 있는 장치를 교무실에 설치해 전력 사용을 줄인 홍콩의 중학교 등이다.

지루할 수 있는 에너지 이야기를 현장을 통해 생동감 있게 풀어낸 것이 이 책의 장점이다. 석유를 설명한 대목을 펼쳐보면 앙골라 앞바다의 해저 석유 생산설비 현장에 가서 바다 밑의 석유를 어떻게 퍼 올리는지, 어떤 위험이 배 위 곳곳에 도사리고 있는지, 작업자는 어떤 조건에서 일하는지를 활기 넘치는 짧은 문장으로 소개했다. 바닷 속의 에너지와 땅속 에너지를 설명하는 대목에선 노르웨이의 조류발전기와 파랑발전기가 설치된 곳에서 그것을 설치한 사람과 직접 대화를 나눈 내용을 담았다. 일본의 온천지로 가서는 땅속의 뜨거운 물을 이용해 전기를 생산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긴 세계일주를 통해 이들이 깨달은 점은 ‘진보의 중심에 위치한 가장 중요한 존재가 인간’이라는 사실이다. 자원을 절약하고 아끼려는 인간의 지혜와 상상력, 열정은 무궁무진한 자원으로 다가온다.

방문기 형식이어서 서론과 결론 격의 글을 제외한 부분에서는 저자들의 생각이 거의 드러나지 않는다.

지구촌 구석구석을 돌며 지구상에 존재하는 거의 모든 에너지 형태를 소개한 저자들은 “에너지
에 대한 지식과 정보를 알아야 절약을 할 수 있다”고 말한다. 살림 제공
지구촌 구석구석을 돌며 지구상에 존재하는 거의 모든 에너지 형태를 소개한 저자들은 “에너지 에 대한 지식과 정보를 알아야 절약을 할 수 있다”고 말한다. 살림 제공
독자에게 정보를 제공하되 판단은 각자에게 맡긴다는 의도인 듯하다. 그러나 이 때문인지 책이 전달하는 내용이 다소 건조하게 느껴진다. 독자에게 에너지의 ‘모든 것’을 섭렵시키겠다는 욕심 때문에 부분적으로 충실하지 못한 소개도 눈에 띈다.

전문적인 내용을 이 정도로 번역해내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원문의 잘못인지 번역의 실수인지 알 수는 없지만 오류도 없지 않다. 독일 프라이부르크 보방의 파시브하우스는 ‘삼중덧문, 절연 처리된 벽’이 아니라 ‘3중 유리로 된 창, 단열이 잘된 벽’이 있는 집이다. 이곳에 있는 중앙환기장치는 ‘집 안의 먼지를 쓰레기통으로 빨려 들어가게 하는 것’이 아니고 ‘외부의 신선한 공기를 집 안으로 들어오게 하는 장치’다(345쪽). 발전소의 용량 대비 가동시간은 ‘하중계수’가 아니라 ‘이용률’ 또는 ‘가동률’로 표현하는 게 정확하다(152∼153쪽). 브라질 이타이푸 댐은 1만4000MW(메가와트)의 전력을 생산하는 것이 아니라 그만큼의 발전용량을 가지고 있다. 즉 1시간 동안 최대 1만4000MWh(메가와트시)의 전력을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이다(134쪽).

이필렬 파시브하우스 디자인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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