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의 구수한 우리 얘기 살려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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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4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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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손녀가 다시 펴낸 동화집 ‘…임석재 옛이야기’

임돈희 교수(오른쪽)와 조카 임혜령 씨. 고 임석재 선생의 손녀로
현재 동화작가로 활동 중인 임혜령 씨는 “할아버지의 동화가 지
금의 나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박희창 기자 ramblas@donga.com
임돈희 교수(오른쪽)와 조카 임혜령 씨. 고 임석재 선생의 손녀로 현재 동화작가로 활동 중인 임혜령 씨는 “할아버지의 동화가 지 금의 나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박희창 기자 ramblas@donga.com
“할아버지는 손녀에게 매일 ‘옛날 옛적에…’로 시작하는 옛날이야기를 들려주셨습니다. 아이는 더 많은 이야기를 알고 싶었고, 그래서 할아버지의 책을 읽기 위해 글을 익혔죠.”

손녀는 할아버지의 동화책을 수도 없이 읽으며 자랐다. 이제 작가가 된 손녀는 ‘눈에서 입에서 자꾸만 맴돌고 생각나는’ 할아버지의 동화를 다시 쓴다. 1998년 작고한 국내 민속학 1세대 임석재 선생의 손녀인 작가 임혜령 씨와 딸 임돈희 동국대 사학과 교수, 제자인 최래옥 한양대 국문학과 교수가 고인의 1971년작 ‘옛날이야기 선집’을 ‘다시 읽는 임석재 옛이야기’(한림출판사·전 7권)로 펴냈다. 기존의 선집에 실린 전래동화 가운데 122편을 추렸다.

1930년 경성제국대 철학과를 졸업하고 평안북도 선천 신성학교에서 교사로 일하며 민속 관련 자료 수집을 시작한 고인은 레코드조차 흔치 않던 일제강점기에 어린아이만 한 녹음기를 짊어지고 국내 곳곳을 돌며 구전설화를 모았다. 그렇게 모은 설화가 수천 편. 국내 민속에 대한 연구가 전무하던 시절, 고인이 직접 발로 뛰며 모은 다양한 민속사료와 그 과정에서 구축한 조사방법론은 고스란히 한국 민속학의 토대가 됐다.

그런 고인의 평생을 담은 동화집이기에 딸인 임 교수와 손녀 임 씨의 책에 대한 애정은 남다르다. 임 교수는 “요새 부모들은 ‘신데렐라’나 ‘해리포터’ 같은 외국동화들을 많이 읽히지만, 우리 아이들은 그 등장인물의 감정과 공간의 분위기를 충분히 공감할 수 없습니다. 반면 아버지의 동화는 쉽게 이해하고 느낄 수 있어 아이들의 상상력 발달에도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라고 책의 의의를 설명했다. 열세 살 때까지 고인과 살면서 ‘함께 마루에 배를 깔고 책을 읽곤 했던’ 손녀 임 씨의 애정은 더욱 각별하다. 그는 “오랜 세월 이 땅에 살았던 조상들의 지혜를 오롯이 담은 ‘가장 오리지널한 한국 이야기’입니다”라고 말했다. 우리 동화를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 목적이었기에 고인의 원본에 거의 손을 대지 않았다. ‘∼했더래’라는 입말체와 사투리를 그대로 두고 계모가 딸의 눈알을 빼는 것과 같은 일부 잔인한 장면도 고치지 않고 놔두었다. “세계적인 동화작가 안데르센의 ‘빨간 구두’에도 발목을 자르는 장면이 있는데, 아이들이 있는 그대로의 현실을 소화하지 못한다는 것은 어른들의 편견입니다. 아버지는 늘 ‘가장 진솔한 것이 가장 좋은 교육’임을 강조하셨어요.” 임 교수의 말이다.

고인의 책 재발간은 사료적으로도 의미가 크다. 2010년 창비 어린이신인문학상을 통해 등단한 손녀 임 씨는 “이 책을 통해 아이는 물론 어른들도 우리 옛것을 만끽할 수 있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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