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1123>齊人이 有言曰雖有知慧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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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4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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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公孫丑(공손추)·상’ 제1장의 후반부로 전환한다. 맹자는 제자 公孫丑(공손추)와의 대화에서 자신이 국정을 담당한다면 齊(제)나라로 하여금 천하의 王者(왕자)로 만들기를 손바닥 뒤집듯이 하리라고 했다. 그리고 德(덕)이 높았던 周(주)나라 文王이 천하에 敎化(교화)를 행하지 못했던 것은 은나라에 故家遺俗(고가유속)과 流風善政(유풍선정)이 남아 있는 데다 어진 인물들이 紂王(주왕)을 보필했기 때문이었다고 해석했다. 곧 일국이 천하에 王者가 되기 위해서는 勢(세)와 時(시)를 기다려야 한다고 강조한 것이다. 맹자는 위와 같이 제나라의 속담을 들어서 자신의 역사관을 부연했다.

齊人有言曰은 ‘제나라 사람들 사이에 속담이 있어서 그 말에 이르길’이란 뜻으로, 曰 이하가 속담의 내용이다. ‘雖有知慧, 不如乘勢’와 ‘雖有자基, 不如待時’는 서로 짝을 이루는데, 둘 다 양보구문과 비교 표현법을 사용했다. 乘勢(승세)는 일의 추이와 정세에 잘 적응해 가는 것, 待時(대시)는 기후 등 자연 조건의 변화에 잘 적응하는 것을 말한다. 知慧의 知는 智와 같다. 자基(자기)는 호미나 가래 등 농기구를 가리킨다. 易然은 그렇게 하기 쉽다는 말로, 여기서는 王業(왕업)을 이루기 쉽다는 뜻이다.

勢와 時를 강조하는 것을 두고 운명론적이고 퇴행적이라고 비난할 수만은 없다. 더구나 勢와 時는 국가의 창업이나 중흥과 관련해서만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 것이 아니다. 우리 삶에서도 勢와 時를 기다릴 줄 아는 넉넉함이 필요하다. 그런데 박지원은 어떤 사람을 위한 묘지명에서 ‘巧宦不如乘時(교환불여승시)’라는 警句(경구)를 하나 더 언급했다. ‘상관에게 잘 빌붙는 것은 때를 잘 타는 것만 못하다’라는 뜻이다. 정계든 재계든 민간단체든 집단 속의 개인이 進就(진취)하려면 자기 職分(직분)을 다하면서 勢와 時를 기다려야 하리라.

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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