찌아찌아족 한글 수입, 알고보니…

  • Array
  • 입력 2011년 3월 24일 03시 00분


코멘트

송승원 교수, 도입배경 분석
“한국과 교류 市발전시키자”… 중앙정부와 상의 없이 결정… 시장 바뀌면 열기 식을수도

2009년 8월 인도네시아 술라웨시 주 부퉁 섬 바우바우 시에 사는 소수민족인 찌아찌아족은 한글을 공식 문자로 채택했다. 이미 로마자로 인도네시아어를 표기하는 상황에서 이들이 자기 부족의 표기문자로 한글을 선택한 배경은 무엇이었을까.

서강대 동아연구소 송승원 교수(사진)는 24, 25일 ‘동남아시아의 역사적 문화적 구성-외부의 영향과 현지화’ 주제의 국제학술대회에서 논문 ‘인도네시아 찌아찌아족의 한글 수입의 정치·사회적 배경 분석’을 발표한다. 찌아찌아족의 한글 수입에 대한 정치사회적 배경을 분석한 논문이 발표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송 교수는 한글 수출이 성사될 수 있었던 직접적인 이유는 지방자치단체인 바우바우 시의 철저한 지원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바우바우 시는 중앙정부와는 어떤 의견 교환도 없이 단독으로 한글 수입을 결정했다. 이는 2001년 지방자치 강화를 골자로 한 인도네시아의 ‘페메카란’법의 영향으로 지방자치에 대한 권한과 열망이 강화된 정치적 배경 때문이다.

송 교수는 한글 수입이 향후 바우바우 시가 이루려는 정치적 구상과 밀접히 관련돼 있다고 분석했다. 바우바우 시는 단순히 성공적인 자치시로 자리매김하는 것 이상의 큰 야망을 갖고 있다. 그 궁극적인 목표는 과거 부퉁왕국의 경계를 따라 부퉁라야 주를 새로 건설하고 그 주도로 바우바우 시가 선정되는 것이다. 이를 위해 바우바우 시는 낙후된 지역경제를 발전시켜 자치능력이 충분함을 중앙정부에 보여줘야 하는 상황에 처해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바우바우 시의 아미룰 타밈 시장은 2000년대 중반까지 인도네시아의 무명 도시였던 바우바우 시에서 다양한 지역발전사업을 전개함으로써 인도네시아 여론의 주목을 끌고 있다. 송 교수는 “한글 사용은 타밈 시장이 추진하고 있는 지역발전 패키지의 일환으로 기획됐기 때문에 시의 전폭적인 지지가 있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타밈 시장의 임기가 끝나는 2013년 이후에도 지속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는 것이 송 교수의 전망이다. 송 교수는 “만일 한국과의 교류가 바우바우 시에 별다른 경제적 이익을 가져다주지 못할 경우 찌아찌아족의 한글 사용에 대한 열기는 사그라질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송 교수는 또 한글교사가 부족해 현재까지 약 200명의 찌아찌아족 학생들만 한글 교육을 받고, 6만여 명인 찌아찌아족 주민 대부분은 한글을 읽지 못하고 있다며 이 때문에 한글의 성공적인 정착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고 소개했다.

허진석 기자 jameshuh@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