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실용과 감각 어우러진 북유럽의 매력에 ‘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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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3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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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도··· 인테리어도··· 튀지않고 에지있게

이달 국내에 론칭한 북유럽 감성의 덴마크패션 브랜드 ‘데이’. 옷과 가방뿐 아니라 인테리어 제품도 선보인다. 데이 제공
이달 국내에 론칭한 북유럽 감성의 덴마크
패션 브랜드 ‘데이’. 옷과 가방뿐 아니라 인테리어 제품도 선보인다. 데이 제공
―코펜하겐 여성들은 평소 어떤 스타일로 옷을 입나.

“청바지에 자수가 놓인 실크 톱을 입고 그 위에 재킷을 걸친다. 자전거로 출근할 때 입었던 재킷을 카페나 바에서 벗으면 쉽게 여성스러운 느낌을 풍길 수 있다. 그게 코펜하겐 패션의 실용성이다.”

―각 산업 영역에서 ‘친환경’이 대세다. 데이도 친환경 트렌드를 고려하는가.

“친환경은 브랜드가 갖춰야 할 기본 덕목이다. 한마디로 당연한 거다. 따라서 ‘친환경’을 마케팅 포인트로 내세워 장사를 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여행 트렁크 등 여행 관련 제품은 어느 누구의 요구가 없더라도 무조건 가볍게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불필요한 항공기의 연료소비를 줄일 수 있다.”

데이의 지난해 매출액은 8000만 유로(약 1200억 원). 남성복과 여성복뿐 아니라 전체 상품 구성 중 10%를 ‘홈 컬렉션’으로 내놓고 있다. 가구, 침구 등 각종 인테리어 제품이다. 데이는 소비자들의 ‘지불 가능한 럭셔리(affordable luxury)’를 지향한다. 그만큼 실용성을 중시한다.

―당신의 눈에 비친 주한 덴마크 대사관저의 스타일은….

“1950년대풍의 덴마크 스타일이다. 가구는 전형적인 덴마크 가구인데, 그림들은 베트남 것이다. 흥미롭게도 요즘 한창 ‘잘나가는’ 덴마크 화가의 화풍과 닮았다. 이국적인 것들이 자연스럽게 조화를 이루는 것, 그것이 코펜하겐 스타일이다.”

―여가엔 뭘 하나.

“주로 여행을 한다.”

#3. 코펜하겐 인테리어

주한 덴마크 대사관저엔 색감이 화려한 베트남 그림(왼쪽)과 덴마크 가구가 어우러져 있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주한 덴마크 대사관저의 응접실은 흰색 도자기를 손으로 잡아 구긴 듯한 형태의 화병, 조형미가 돋보이는 조명 등이 어우러져있다. 소박하고 정갈하면서도 ‘에지’가 있다.

덴마크에는 완구 브랜드인 ‘레고’, 유명 오디오 및 비디오 기기인 ‘뱅앤울룹슨’ 등 디자인 분야가 쟁쟁하다. 조명 디자이너인 루이스 풀센과 폴 헤닝센, 가구 디자이너 아르네 야콥센과 베르네르 판톤, 한스 베그너 등은 덴마크가 자랑하는 세계적 산업 디자이너들이다.

세계 최초로 조명이론을 세운 폴 헤닝센이 1920년대 개발한 ‘PH―램프’는 덴마크 조명의 고전으로 불린다. 조명을 씌운 여러 층의 갓은 크기와 위치, 형태에 따라 빛을 분배하는 역할을 맡는다. 주한 덴마크 대사관저 곳곳에서 볼 수 있듯, 그의 영향을 받아 덴마크 램프들에는 갓을 층층이 단 제품이 많다.

층층이 갓을 단 램프(위)와 호주 시드니 오페라하우스를 본뜬 램프.
응접실에는 덴마크 ‘에리크 요르겐센’사의 소파 ‘EJ 60’, 신진 디자이너 크리스티나 스트란이 디자인한 ‘렉스 체어’와 테이블 세트가 놓여 있었다. 소파 위의 조명은 호주 시드니 오페라하우스를 디자인한 이외른 우촌이 오페라하우스를 조명으로 재현한 것이었다. 미켈슨 회장이 ‘1950년대 덴마크 스타일’이라고 콕 집어낸 건 정확했다. 대사관저 입구에 있는 빈티지 책상과 의자는 1950년대 당시 유행하던 장미목으로 제작한 것이라고 한다.

한센 대사는 말했다. “코펜하겐 사람들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는 가족과의 소중한 시간입니다. 남에게 과시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얼마나 안락하게 충분한 휴식을 즐길 수 있느냐를 중시하기 때문에 좋은 가구를 사서 대를 물려 씁니다. 여기서 좋은 가구는 신체를 편안하게 해주면서도 심미적인 가구죠.”

이때, 파자마를 입고 ‘레고’ 장난감을 든 그의 7세 아들이 “아빠” 하면서 응접실로 뛰어들어 왔다. 한센 대사는 “아, 또 있네요. 코펜하겐 스타일!”이라고 말했다. 그게 무엇이냐고 묻자 답했다. “늘 ‘왜’라고 묻게 가르치는 교육 시스템이요. 그런 창의적 교육이 코펜하겐 사람들의 라이프스타일에 건강한 아름다움을 주는 것 같습니다. 때로는 아들의 질문에 답하느라 진땀을 빼지만요. 하하.”

#4. 코펜하겐의 건강한 스타일

페테르 뤼스홀트 한센 대사가 나이지리아와 탄자니아 등 예전 부임지에서 수집한 각종 조각품이 있는 서재(왼쪽)와 덴마크의 앤티크 가구.
고국에서 온 패션회사 CEO와 기자 손님을 위해 한센 대사의 부인은 베트남 요리를 직접 만들어 대접했다. 기름에 튀긴 베트남식 춘권과 채소 요리였다. 식당에 앉은 미켈슨 회장과 한센 대사는 “무엇이 코펜하겐 스타일인가”란 기자의 궁금증을 계속 풀어나갔다.

“코펜하겐 사람들은 지나치게 일에 중독되지 않게 노력합니다. 가족과 집에서 지내는 시간이 많아 수줍어하는 내성적 성향이기도 합니다. 코펜하겐은 좋은 헬스케어와 교육 시스템을 갖춘 동질성이 강한 사회죠. 500만 명이 사는 아주 작은 도시니까요. 사람들은 소파를 살 때도, 옷을 고를 때도 에스닉 터치가 곁들여진 ‘좋은 품질’을 추구합니다.”(한센 대사)

“우린 클래식의 미학을 깊이 존중합니다. 디자이너 한스 베그너의 ‘클래식 의자’가 오랜 세월 사랑받는 것도 목재를 정성껏 다뤄 아름다운 수공예 가구로 만들었기 때문입니다.”(미켈슨 회장)


“코펜하겐 사람들은 옷을 사는 데 돈을 별로 안 씁니다. 수입의 10% 이상을 쓰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한센 대사)

“맞아요. 하지만 비싼 브랜드와 싼 브랜드를 너무나 잘 섞어 자신만의 개성을 표현합니다.”(미켈슨 회장)

코펜하겐은 어릴 적 ‘블루마블’ 게임판의 파란색 섹션에서 익숙하게 보고 자란 도시였다. 늘 사회이슈에 대한 토론이 끊이지 않는다는 그 ‘파란’ 복지국가의 건강한 스타일이 부러웠다. 코펜하겐 항구 옆 카페에 앉아 절인 청어를 얹은 샌드위치를 먹으며 그 스타일을 곰곰이 관찰하는 꿈을 꾼다. 주한 덴마크 대사관저에 초대받은 그날 이후 코펜하겐을 향한 짝사랑이 커가고 있다.

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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