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당신이 본 공연은 잊어라!

  • Array
  • 입력 2011년 3월 10일 03시 00분


코멘트

고정관념 새롭게 바꾼 ’페스티벌 봄’
22일∼내달 17일, 13개국 23개작품

지하철 2호선 홍대입구역 2번 출구에서 KT&G 상
상마당까지 거리를 이동하며 퍼포먼스 공연을 펼
칠 ‘KT&G 상상_도시 표류’. 페스티벌 봄 제공
지하철 2호선 홍대입구역 2번 출구에서 KT&G 상 상마당까지 거리를 이동하며 퍼포먼스 공연을 펼 칠 ‘KT&G 상상_도시 표류’. 페스티벌 봄 제공
#1. 프랑스의 현대무용가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일본에서 탄생한 춤 ‘부토’를 홀로 연구한다. 실제 부토는 전혀 보지 않은 채, 책을 읽거나 인터넷 검색을 통해 얻은 알듯 말듯 한 설명을 바탕삼아 기괴하고 우스꽝스러운 동작을 펼쳐낸다. 그리하여 ‘부토 아닌 부토’가 탄생한다.(그자비에 르 루아 ‘다른 상황의 산물’)

#2. 한적한 일요일 오후 당신은 텅 빈 청계천 세운상가 주변 골목에 홀로 선다. 헤드폰에서 들려오는 지시를 따라 천천히 이동하면서, 세운상가를 건축할 때 김수근이 꿈꿨던 ‘미래의 유토피아’가 한 세대가 지난 뒤 어떻게 바뀌었는지 확인하게 된다. 당신이 만나는 그 풍경에는 연출된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이 뒤섞여 있다.(서현석 ‘헤테로토피아’)

#3. 이번엔 창덕궁 근처의 한 한옥으로 초대된다. 푸른 눈의 이방인이 최근 실종된 그 집주인 ‘박잉란’에 대한 이야기를 펼쳐놓는다. 사진과 가구, 기념품들에 6·25전쟁 때 이산가족이 됐고 격동의 근현대사를 온몸으로 살아온 박 씨의 인생역정이 절절히 담겼다. 하지만 어느 순간 박 씨의 이름이 창덕궁 근처 주차장의 영어 표지판(Parking Lot)임이 드러난다. 도대체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어디까지가 거짓일까.(한스페터 리처 ‘웃는 소를 기다리며’)

우리가 생각해온 공연예술에 대한 고정관념을 새롭게 포맷하는 ‘페스티벌 봄’이 22일∼4월 17일, 27일간 13개국 23개 작품을 몰고 온다. 올해 5회째인 이 축제는 전위적인 공연예술계 쇼윈도로 각광받고 있다. 지난해 축제에서 소개됐던 아삐찻뽕 위라세타꾼 감독의 ‘분미 아저씨에게 보내는 편지’는 한 달여 뒤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했다.

올해는 극장 밖의 특정 장소와 결합한 사이트-스페시픽(site specific) 공연과 함께 영화와 연극을 결합한 공연이 많다. 벨기에 극단 베를린의 ‘태그피시’가 대표적이다. 독일의 버려진 철강산업단지 재개발 프로젝트와 관련된 인사들의 개별 영상인터뷰를 교묘히 편집해 은폐된 진실을 연극적으로 재구성한다. 영화 스크린으로 영화관 밖 상황을 틀어주는 독일 영화감독 클레멘스 폰 베데마이어의 ‘반대편으로부터’, 괴물영화의 캐스팅 과정을 연극화한 헝가리 영화감독 코르넬 문드루초의 ‘프랑켄슈타인 프로젝트’도 이런 종류에 속한다.

북한을 소재로 한 작품 두 편도 눈길을 끈다. 김황 씨의 ‘모두를 위한 피자’는 북한에선 특권층 음식인 피자의 조리법을 DVD로 만들어 북한사회에 들여보낸 뒤 6개월간 북한 주민들이 보내온 사진과 편지, 유튜브 동영상을 엮은 퍼포먼스 공연. 독일 개념미술가 디르크 플라이슈만의 ‘나의 패션쇼’는 개성공단에서 자신의 이름을 딴 셔츠를 주문 생산해 남한에서 장당 20만 원씩에 팔아 돈을 버는 ‘자본주의 따라잡기’ 공연이다.

공연 및 영화계 ‘전설’들의 작품도 빼놓을 수 없다. 독일 연극 탈(脫)드라마화의 아버지로 불리는 르네 폴레슈의 ‘현혹의 사회적 맥락이여, 당신의 눈동자에 건배!’는 세계 금융위기의 원인을 신체극과 강연극으로 풀어낸다. 지난해 암으로 숨진 독일 실험영화의 거장 크리스토프 슐링겐지에프 회고전(5편)과 미국 다큐멘터리 영화의 거장 에럴 모리스가 미군의 이라크 포로 학대를 다룬 ‘작전규정’도 놓치면 아까울 작품이다. 02-730-9617. www.festivalbom.org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