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1087>以萬乘之國으로 伐萬乘之國이어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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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2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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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나라 宣王(선왕)이 연나라와의 국지전에서 이긴 후 연나라를 공략하여 멸망시켜도 좋지 않겠느냐고 물었을 때 맹자는 연나라를 취하여 연나라 백성들이 기뻐할 것 같거든 연나라를 취하고 그렇지 않다면 취하지 말라고 충고했다. 그리고 周(주)나라 文王과 武王의 예를 들어 민심이 離叛(이반)하지 않아 天命이 아직 남아 있는 나라는 정벌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역사를 보면 殷(은)나라 紂王(주왕)이 포악했지만 아직 天命이 은나라에 있었기에 文王은 紂王에게 복종했으나 그 아들 武王은 800여 제후들이 정벌하자며 자발적으로 모여들자 비로소 紂王을 정벌했다. 이때 은나라 백성들은 마치 깊은 물에 빠지고 뜨거운 불길 속에 있는 것처럼 가혹한 상태에 놓여 있어서 暴君(폭군)인 紂王을 정벌하러 오는 군대를 환영했다고 전한다. 맹자는 그 사실을 환기시켜, 연나라 백성들이 水火(수화·폭정을 비유하는 말) 속에 있을 때 연나라를 정벌한다면 연나라 백성들이 제나라 군대를 환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以萬乘之國의 以는 자격을 나타내는 介詞(개사)이다. 簞食壺漿의 簞은 대바구니, 食(사)는 밥, 壺는 병, 漿(장)은 장물이다. 豈有他哉는 ‘어찌 다른 이유가 있어서인가’라고 반문하는 말이다. 如水益深과 如火益熱은 연나라를 정벌한 제나라가 폭정을 행하는 상황을 가정하여 말한 것이다. 亦運而已矣는 역시 轉向(전향)하여 다른 나라의 군주에게 구원을 바랄 것이라는 뜻이다.

옛 주석가인 趙岐(조기)는, 정벌하는 방법은 마땅히 民心에 순응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민심이 기뻐하면 하늘의 뜻에 맞는 것이라고 했다. 民心의 向背(향배)는 정권의 존립과 관계되는 문제라는 점을 다시 생각하게 한다.

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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