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1077>左右皆曰不可라도 勿聽하며…

  • Array
  • 입력 2011년 1월 25일 03시 00분


코멘트
맹자는 제나라 宣王(선왕)에게 用人을 신중히 하라 권하고, 사람의 어짊과 그렇지 못함을 구별하기란 간단치 않다는 사실을 환기시켰다. 먼저 맹자는 國人이 모두 어질다고 말하는 사람이라 해도 군주가 스스로 살펴서 그가 참으로 어질다는 사실을 확인한 이후 그를 등용하라고 했다. 이번에는 國人이 모두 불가하다고 말하는 사람이라 해도 반드시 군주가 스스로 살펴서 그가 정말로 불가하다는 사실을 확인한 이후에 그를 버리라고 했다.

이 부분은 지난 호의 문장과 짝을 이룬다. 그런데 賢에 대해서는 不可란 말을 바꾸어 썼다. 이때의 不可는 어질지 못하다고 판단하는 말이다. 앞서의 未可가 ‘아직 등용을 허락해서는 안 된다’ 혹은 ‘아직 등용해서는 안 된다’로 풀이되는 것과 구별된다. 見不可焉은 그 사람에게서 不可한 점을 본다는 말이다. 焉이 지시사와 종결사의 결합인 것은 見賢焉의 예와 같다.

주자(주희)가 말했듯이 사람 중에는 세속과 함께 하여 남들이 모두 좋아하는 鄕原(향원)도 있고 特立(특립·홀로 우뚝 섬)하여 세속의 미움을 받는 君子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군주는 나라 안 사람들이 모두 그를 어질다고 평가하거나 불가하다고 비판하는 경우에도 반드시 그 사람의 賢否(현부)를 직접 살펴 본 뒤에 등용하거나 버려야 한다. 어질다고 판명되면 그 사람을 깊이 알아 중책을 맡길 것이고, 불가하다고 판명되면 재주 없는 자들이 요행으로 등용될 수 없게 될 것이다. 어진 이를 등용하되 부득이한 것처럼 해야 한다고 말한 것은 바로 이 점을 두고 말한 것이다.

공자와 맹자는 君子에 대해 小人을 대립시키고는 했다. 하지만 君子의 반대는 오히려 鄕原이라 할 수 있다. 세속에 迎合(영합)하여 이 사람 저 사람에게 모두 호감을 받는 사람은 진정한 군자가 아니다. 향원은 德(덕)의 賊(적)이라 하지 않았던가.

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