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이 쑥쑥!… 열려라, 책세상!]죽어가는 아시아생태계 어떻게 살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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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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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를 껴안아 숲을 지킨 사람들
유네스코 아시아태평양 국제이해교육원 지음 180쪽·1만 원·웅진주니어

‘동남아시아의 아마존’이라고 불리는 말레이시아 보르네오 섬 사라왁 주의 열대우림. 이곳은 식물 3500여 종과 동물 2만여 종의 삶의 터전이다. 열대우림 내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된 구눙물루 국립공원에는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한 원시림과 기암괴석, 20여 개의 동굴이 있다. 석양이 질 무렵 수만 마리의 박쥐들이 먹이를 찾아 동굴 밖으로 나오는 모습은 보기 힘든 장관으로 꼽힌다.

하지만 이곳의 자연은 요즘 심각한 위기에 처했다. 세계자연보호기금(WWF)에 따르면 1950∼1990년 숲의 46%가 사라졌다. 이반족 등 원주민들은 1987년 벌목에 반대하는 성명을 발표하고 숲 복원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등 애쓰고 있지만 싸움은 힘겹기만 하다. 사라왁 원주민들은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규모인 바쿤 댐이 완공되면 삶의 터전을 등져야 할 것 같다.

책은 아시아의 ‘생물 문화 다양성’에 대한 보고서다. 생물 다양성과 문화 다양성이 통합된 이 개념을 통해 위기에 처한 자연과 소수민족 문화를 진단한다. 동남아시아는 전 세계 면적의 3%에 불과하지만 전체 생물의 20%가 사는 자연의 보고이며 세계 어느 지역보다 소수민족 문화가 다양하다.

인도에서 히말라야 산맥과 접한 가르왈 지방에는 ‘신성한 숲’이 많다. 이곳 사람들은 모든 동식물에 신이 깃들어 있다고 생각한다. 신성한 숲에서는 툴시라는 풀이 자란다. 박하와 비슷한 툴시의 잎사귀는 소화제, 염증 치료제, 진통제로 쓰인다.

인도까치밥나무도 열매와 잎, 뿌리, 꽃가루까지 모두 먹을거리와 약초로 사용한다. 숲에서 모든 걸 얻는 히말라야 사람들은 숲과 풀밭, 나무와 숲이 삶의 일부라고 생각한다.

1973년 벌목꾼들에 맞서 벌인 ‘치프코 운동’은 이들의 자연 사랑을 잘 표현한다. 치프코란 인도말로 ‘껴안기’를 뜻하는데, 가르왈의 여성들이 숲을 보호하기 위해 나무를 껴안은 데서 유래했다. 나무를 안고 시위를 벌이는 여성들을 보고 벌목꾼들은 철수하지 않을 수 없었다.

우리나라의 전남 신안군 증도도 아시아의 소중한 자연유산 중 하나로 꼽힌다. 증도에는 옛 사람들이 고기를 잡았던 ‘만들 독살’이 있다. 독살이란 바다를 돌로 쌓아 막은 것으로, 밀물 때 바닷물과 함께 들어온 물고기를 쉽게 잡을 수 있다. 자연의 원리를 이용한 독살에서 조상들의 친환경 어로의 지혜를 배울 수 있다.

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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