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1074>王曰吾何以識其不才而舍之리잇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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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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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 있는 나라란 자연환경이 옛 그대로 유지되는 한편 정치제도가 확고하고 사회가 안정되어 있는 나라를 가리킨다. 자연환경이 유지되면 喬木(교목)이 많을 것이다. 한편 근세 이전의 경우 정치제도가 확고하면 累代(누대) 勳舊(훈구)의 신하인 世臣이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맹자는 제나라 宣王(선왕)에게 전통 있는 나라란 喬木이 있는 나라를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世臣이 있는 나라를 가리킨다고 하여 굳이 世臣의 존재를 중시하고, 당시의 제나라에는 世臣이 없음은 물론이고 군주와 더불어 좋고 나쁨을 함께하는 親臣(친신)조차 없다고 지적했다. 심지어 맹자는 군주가 用人(용인)을 제대로 하지 못하기 때문에 신하들이 도망하기까지 한다고 말했다. 그러자 제나라 선왕은 도망한 자들은 재능이 없는 자들인데 어떻게 미리 그 사실을 알 수 있었겠느냐고 되물었다.

何以는 ‘어떻게’이다. 識其不才는 識其才與不才의 준말로 보면 좋다. 곧 그 신하가 재주가 있는지 없는지를 안다는 말이다. 其는 지난 호에 나온, 왕이 등용했던 신하로서 도망한 자를 가리킨다. 而는 순접의 연결사이다. 舍之는 ‘그를 버린다’는 뜻으로 여기서의 舍는 버릴 捨(사)의 옛 글자이다.

제나라 선왕은 자신이 등용했지만 도망한 신하들은 모두 본래 재주 없는 자들인데 당초 그 사실을 모르고 등용했던 것이라고 여겨 그들이 떠난 것을 개의치 않았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미리 그가 재주가 있는지 없는지 알아서 재주 없는 자를 버린단 말인가?’라고 질문한 것이다. 제나라 선왕은 用人의 어려움을 實吐(실토)한 것이다. 종래 널리 읽힌 ‘명심보감’에 ‘疑人莫用(의인막용) 用人勿疑(용인물의)’라는 말이 있다. ‘재능이 의심스러운 사람은 아예 쓰지를 말고, 일단 사람을 썼으면 의심하지 말라’는 말이다. 用人의 문제와 관련해서 되새겨볼 만한 警句(경구)라고 생각한다.

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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