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왕실 소재 비극적 사랑, 창작가무 악극으로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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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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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1일 개막 ‘몽유도원도’

비극적 사랑을 다룬 고전소설 ‘운영전’과 왕권을 놓고 대립한 사건 ‘계유정난’에서 모티프를 가져온 가무악극 ‘몽유도원도’. 안평대군의 총애를 받는 궁녀 운영과 안평대군을 죽이러온 자객 곤과의 사랑을 표현하고 있다. 사진 제공 노승환 씨
비극적 사랑을 다룬 고전소설 ‘운영전’과 왕권을 놓고 대립한 사건 ‘계유정난’에서 모티프를 가져온 가무악극 ‘몽유도원도’. 안
평대군의 총애를 받는 궁녀 운영과 안평대군을 죽이러온 자객 곤과의 사랑을 표현하고 있다. 사진 제공 노승환 씨
궁녀 복장을 한 여인들이 재기발랄하고 화사한 태평무를 선보인다. 아련하게 들려오는 굿거리장단의 합창. “황금 비단 가득한 구중궁궐 깊은 곳/영화로움 가득한 조선의 궁궐….” 춤추는 무리 가운데 여주인공 운영이 나타나 노래를 부르다 안평대군과 춤을 춘다.

안평대군의 궁녀 운영과 김 진사의 비극적 사랑을 다룬 고전소설 ‘운영전’과 왕위를 빼앗기 위해 수양대군이 일으킨 역사 속 사건 ‘계유정난’이 만나 새로운 무대를 만들었다. 한국문화재보호재단은 21일부터 30일까지 서울 중구 필동 한국의집에서 창작 가무악극 ‘몽유도원도’를 선보인다. 왕권을 놓고 라이벌 관계에 놓인 수양대군과 안평대군, 안평대군의 총애를 받는 궁녀 운영과 수양대군이 안평대군을 죽이기 위해 보낸 자객 곤과의 비극적 사랑을 다뤘다.

“한국의집 전체를 왕립극장처럼 생각하고 기획했습니다. 일본에 전통극 가부키를 공연하는 국립극장이 있는 것처럼 우리도 전통극을 올리는 왕립극장 분위기를 꾸미고 싶었죠.” ‘몽유도원도’ 제작을 지휘한 유영대 총감독은 “관객이 입장하는 순간부터 궁정극을 보러 온 귀빈처럼 느낄 수 있게 만들겠다”고 말했다.

한국의집에서 저녁 식사를 하고 공연을 보는 관객의 경우 한국의집 사이사이를 오가는 배우들을 보며 마치 극 중 세상에 빠져든 듯한 느낌을 받게 한다는 것. “마침 여기(한국의집)는 조선 초기 문신 박팽년의 사가(私家)가 있던 자리입니다. 조선시대로 되돌아간 느낌과 궁궐의 느낌을 동시에 받을 수 있을 겁니다.”

‘몽유도원도’는 지난해 3월 시행한 대본 공모에서 당선된 ‘사랑, 먹물처럼 번지는’을 토대로 만들었다. 거문고 가야금 해금 아쟁 태평소 생황 장구 등의 전통 악기와 신시사이저 첼로 더블베이스가 어울려 극이 진행되는 70분 내내 공연장 전체를 감싼다. 이용탁 음악감독은 “무대에서 판소리를 하며 연기를 하는 배우들과 잘 어우러지게 전통 악기를 이용한 동시에 더블베이스처럼 웅장한 저음을 내는 악기로 적절하게 서양화성을 넣어 외국인 관람객도 부담 없이 한국의 전통음악을 접할 수 있게 했다”고 설명했다.

극의 제목인 몽유도원도는 권력에 대한 욕심과 엇갈린 사랑 등으로 비극적 최후를 맞이하는 주인공들이 그리는 이상향을 나타낸다. 공연 초기엔 아롱아롱 피어나는 복숭아꽃과 굽이쳐 흐르다 떨어지는 폭포수가 그려지지만 마지막 수양대군의 칼에 그림이 찢어지며 퇴색되기까지 몽유도원도는 무대에 설치된 영상을 통해 공연의 흐름을 함께 이끈다.

유 감독은 “관객들이 한국의집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나가는 순간까지 모두가 공연의 일부라 생각하고 왕궁에 초대된 귀빈처럼 관람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월∼토요일 오후 7시, 일요일 오후 8시. 02-2266-9101

강은지 기자 kej09@donga.com

유종훈 인턴기자 서울대 불어교육과 3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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