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샤오룽바오 일일이 수작업… 최고 재료로 최고 요리 만든다”

  • Array
  • 입력 2011년 1월 14일 03시 00분


코멘트

■글로벌 요식업체 ‘딘타이펑’ 양지화 대표 인터뷰

2대에 걸쳐 이어져 내려오는 딘타이펑의 경영 원칙은 ‘최고의 재료로 최고의 요리를 만든다’는 것이다. 대만 딘타이펑 본사는 사육 과정에 항생제를 쓰지 않은 육류와 전국 경연대회에서 입상한 곡류만을 재료로 쓸 정도로 식재료의 품질 관리에 깐깐하다. 사진 제공 딘타이펑
2대에 걸쳐 이어져 내려오는 딘타이펑의 경영 원칙은 ‘최고의 재료로 최고의 요리를 만든다’는 것이다. 대만 딘타이펑 본사는 사육 과정에 항생제를 쓰지 않은 육류와 전국 경연대회에서 입상한 곡류만을 재료로 쓸 정도로 식재료의 품질 관리에 깐깐하다. 사진 제공 딘타이펑
《중국 산시(山西) 성 출신의 스물한 살 청년 양빙이(楊秉이)가 고향을 떠나 대만행 배에 몸을 실은 것은 국공내전으로 대륙이 바람 잘 날 없던 1948년의 일이었다. 하지만 인맥도 없이 몸 하나가 전 재산인 양 씨가 낯선 대만 땅에서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았다. 그는 타이베이(臺北)에 있는 한 요리용 기름집의 배달원으로 취직했다. 투자에 실패한 기름집 주인이 기름집을 정리할 처지가 되자 양 씨는 그간 모은 돈으로 가게를 인수했고 상호를 ‘크고 풍요로운 솥’이란 뜻의 ‘딘타이펑(鼎泰풍)’이라고 지었다. 이때 그의 나이 31세(1958년). 기름집 한켠에서 만들어 팔던 ‘샤오룽바오(小籠包·진한 육즙이 특징인 피가 얇은 상하이식 만두)’가 입소문을 타면서 딘타이펑은 기름 사업을 접고 본격적으로 음식점으로 거듭났다.》

○ 사장님의 운전사가 2명

50여 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 딘타이펑은 그 이름만큼이나 ‘크고 풍요로운’ 시절을 맞고 있다. 1993년 뉴욕타임스의 ‘가보고 싶은 세계 10대 음식점’으로 선정되는가 하면 2010년 현재 일본, 한국,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호주, 미국, 중국 본토 등 영업 중인 해외 지점만 50곳이 넘는다. 동네 만두가게에서 글로벌 요식체인으로 발돋움한 딘타이펑은 현재 팔순을 넘긴 양빙이 씨에게서 가업을 물려받은 아들 양지화(楊紀華·사진) 씨가 대표를 맡고 있다.

저녁식사를 겸한 양 대표와의 인터뷰 장소는 딘타이펑 본점인 타이베이 신이(信義)점으로 정해졌다. “신이점은 딘타이펑의 역사가 시작된 곳입니다. 10대 후반이던 제가 샤오룽바오 만드는 법을 배운 곳이기도 하죠.” 약속시간인 10일 오후 7시 기자가 찾아간 신이점 앞은 일본, 홍콩, 한국 등 아시아 각국의 손님으로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었다. 신이점에서 하루 동안 팔리는 샤오룽바오가 1만 개에 달한다는 말을 실감할 수 있었다. 매장 직원들은 자기가 말할 수 있는 외국어를 나타내는 국기 배지를 달고 능숙한 솜씨로 손님을 안내하고 있었다. 태극기 배지를 단 직원의 모습도 보였다.

양 대표는 혼자서 운전사를 두 명이나 쓰는 최고경영자(CEO)로 유명하다. 하루도 빠짐없이 매일 대만 내 점포를 수시로 방문해 음식과 서비스의 품질을 점검하려면 운전사 한 명으로는 엄두가 나지 않기 때문. “아버님께 배운 것도, 배운 것 중에 꼭 계승하고 싶은 것도 ‘최고의 재료로 최고의 요리를 만들어야 한다’는 원칙입니다. 원칙이 제대로 지켜지는지 확인하려면 하루도 매장 점검을 거를 수 없습니다.”


○ 품질엔 완벽, 외국 음식문화엔 관대

나무 찜통 위 김이 모락모락 나는 샤오룽바오가 탁자 위에 놓였다. 다진 돼지고기를 요리사들이 일일이 수작업으로 펴서 만든 얇은 만두피에 싸서 쪄낸 샤오룽바오는 젓가락으로 살짝만 찔러도 육즙이 흘러나올 정도로 만두피가 얇다. 후후 불어가며 진한 육즙을 맛본 뒤 생강채를 썰어 넣은 간장에 만두를 찍어 입에 넣으면 몇 번 씹을 것도 없이 목을 타고 넘어가는데 그 맛이 일품이다. 딘타이펑 본사 홍보담당 후우이이(胡慧宜) 씨는 “돼지나 닭 등 육류 재료는 사육 과정에 항생제를 쓰지 않는 것을, 쌀이나 밀 등 곡류는 품질을 인정하는 상을 받았거나 최고 등급을 받은 제품을 사용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설명했다.

해외 사업 파트너들과 프랜차이즈 계약을 맺고 해외에 수십 개의 지점을 낸 딘타이펑이지만 정작 대만에서는 점포 수가 본점을 포함해 5곳에 불과하다. 일본만 해도 10곳이 넘는데 대만 내 점포 수가 너무 적지 않냐고 물었다. “점포 수를 무리하게 늘리다 보면 신규 점포의 음식 맛을 기존 점포와 균일하게 유지할 수 없습니다. 서비스는 말할 것도 없지요. 당분간 대만에선 추가로 점포를 낼 생각이 없습니다. 같은 이유로 해외 파트너에게도 신중한 확장을 당부하고 있습니다.”

이미 문을 연 해외 지점도 양 대표의 깐깐한 사후관리에서 벗어날 수 없다. 개점을 앞둔 해외 지점의 요리사를 대만으로 불러들여 본점의 요리법을 가르치는 것은 물론이고, 매년 한두 차례 대만 본·지점 요리사를 해외 지점으로 파견해 음식의 맛과 서비스를 점검케 하고 있다.

고객이 쾌적한 환경에서 음식을 즐길 수 있게끔 매장의 모든 층에 온·습도계를 비치해 둘 정도로 꼼꼼한 양 대표지만 외국의 음식문화에는 열린 태도를 갖고 있다. “한국 딘타이펑에선 김치 샤오룽바오를 개발했고, 이슬람 국가라 돼지고기를 안 먹는 인도네시아의 딘타이펑은 돼지 대신 닭을 재료로 사용합니다. 모두 해외의 많은 고객들이 딘타이펑을 통해 대만 음식의 맛과 멋을 경험할 기회를 드리기 위함입니다.”

타이베이=우정렬 기자 passion@donga.com
▼5g 만두피에 소 16g 싸서 주름 18개 잡고 쪄내▼

담백하고 진한 육즙이 일품인 샤오룽바오는 딘타이펑의 대표 메뉴다. 사진은 대만 딘타이펑 직원들이 샤오룽바오를 만드는 모습. 사진 제공 딘타이펑
담백하고 진한 육즙이 일품인 샤오룽바오는 딘타이펑의 대표 메뉴다. 사진은 대만 딘타이펑 직원들이 샤오룽바오를 만드는 모습. 사진 제공 딘타이펑
■ 샤오룽바오 어떻게 만드나
현재는 중국식 딤섬의 대명사나 다름없는 ‘샤오룽바오(小籠包)’의 기원은 중국 청나라 때인 1871년 지금의 상하이(上海) 시 서북 지역에 위치한 한 음식점이 당시 유행하던 돼지고기 만두를 변형시켜 만든 ‘난샹다러우(南翔大肉)’ 만두를 팔기 시작한 것이라고 전해진다. 이 만두가 손님들에게 폭발적인 인기를 끌면서 주변의 가게들이 너도나도 이 음식점을 모방해 만두를 만들어 내놓기 시작했고 만두피의 두께가 점차 얇아지면서 오늘날의 형태를 갖췄다고 한다.

딘타이펑의 대표메뉴이기도 한 샤오룽바오 역시 한 장의 무게가 5g 남짓한 얇은 만두피가 특징이다. 이 만두피로 담백하고 부드러운 육즙이 배어나는 돼지고기로 만든 만두소 16g을 싸서 주름 18개를 잡고 찜통에 쪄 내면 김이 모락모락 나는 먹음직스러운 샤오룽바오가 완성된다. 이 기본 샤오룽바오만큼은 공통 레시피가 있어 전 세계 딘타이펑 어떤 지점에서도 같은 맛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만두소는 샤오룽바오가 진출한 각 나라의 식성에 따라 다양하다. 대만에는 게살을 넣은 셰펀(蟹粉) 샤오룽바오와 닭고기를 넣은 지러우(鷄肉) 샤오룽바오도 오리지널 샤오룽바오 못지않게 인기가 높다. 잘게 썬 수세미 열매와 새우를 소로 넣은 쓰과샤런(絲瓜蝦仁) 샤오룽바오는 수세미 열매의 아삭한 식감이 느끼한 맛을 잡아준다.

딘타이펑코리아 역시 한국인들이 즐기는 식재료를 넣은 샤오룽바오를 자체 개발해 판매 중이다. 새우와 함께 부추를 넣거나 자연송이를 쓴 샤오룽바오가 있는가 하면 김치 샤오룽바오도 있다. 이들 메뉴는 다른 나라에서는 맛볼 수 없는 것들이다.

샤오룽바오는 생강채를 곁들인 초간장에 찍어 먹는 것이 일반적인데 갓 찜통에서 나온 샤오룽바오 안에는 혀를 데일 정도로 뜨거운 육즙이 들어 있기 때문에 한 입에 털어 넣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샤오룽바오를 식초와 간장을 3 대 1의 비율로 섞은 초간장에 살짝 찍어서 중국식 숟가락에 올린 뒤 젓가락으로 만두피에 구멍을 내 흘러나오는 뜨거운 육즙을 음미하는 것이 우선이다. 그 다음 초간장에 적신 생강채를 올려서 입 속에 넣으면 샤오룽바오의 진수를 제대로 감상할 수 있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