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1067>王曰善哉라 言乎여 曰王如善之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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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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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맹자는 주나라 文王이 실행한 정치를 예로 들어 王政의 내용을 밝혔다. 즉, 맹자는 문왕이 井田法의 九一 稅制(세제)를 실시하고 관직을 世襲(세습)하게 하며 關市(관시)에서는 課稅(과세)하지 않고 澤梁(택량)의 이익은 백성과 공유하고 行刑(행형)에서 連坐(연좌)를 폐지했으며 모든 정치는 鰥寡孤獨(환과고독)의 窮民(궁민)을 구휼하는 일부터 시작했다고 강조했다. 그러자 제나라 선왕은 그 말이 훌륭하다고 인정하되 자신에게는 재물을 좋아하는 병통이 있어서 왕정을 실시하기 어렵다고 했다.

‘善哉라 言乎여’는 주어와 술어가 도치된 감탄문이다. 言은 맹자가 문왕의 정치를 예로 들어 설명한 왕정의 내용이다. 如는 假定의 뜻을 지닌다. 善之의 善은 ‘좋다고 판단한다’는 뜻의 동사이고 之는 앞서 나온 言을 가리킨다. 則은 가정과 결과를 이어주는 접속사다. 何爲不行에서 何爲는 ‘무엇 때문에’ ‘어째서’이다. 何가 개사 爲의 목적어인데, 목적어가 의문사라서 앞으로 나온 것이다. 疾은 性癖(성벽), 貨는 財貨(재화)이다.

제나라 선왕이 자신에게 재화를 좋아하는 병통이 있어 왕정을 실행하기 어렵다고 하자 맹자는 ‘재화를 좋아한다’는 의미를 재해석해서 왕정 실행의 조건이 될 수 있다고 설득하게 된다. 이것은 앞서 맹자가 莊暴(장포)로부터 제나라 군주가 음악을 좋아한다는 말을 듣고 음악을 좋아함이 왕정 실행의 조건일 수 있다고 설득한 논법과 같다. ‘맹자’를 읽을 때는 論證(논증)의 수사학에 주목해야 한다.
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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