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선현의 길’ 돌아보며 새해 ‘희망의 길’ 찾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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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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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고지신’으로 읽을 만한 책 30권

《 한 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은 첫날. 고금의 지혜가 담긴 책을 읽으며 차분히 마음을 정리하고 다가오는 변화에 대비하기 적합한 때다. 하지만 서점과 인터넷을 뒤져도 마땅히 읽을 책이 떠오르지 않는다면…. 옛것을 통해 미래를 보는 통찰을 얻는 ‘온고지신(溫故知新)’의 마음으로 읽을 만한 책을 학자와 출판인에게 물었다. 》
○ ‘행복의 정복’ ‘택리지’… 인문학으로 마음 덥히고

정은숙 마음산책 대표는 ‘책만 보는 바보’(안소영)를 추천했다. 조선 영정조대 실학자 이덕무의 자서전인 ‘간서치전(看書痴傳)’에 매료된 저자가 이덕무와 그 주변 인물들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간서치’란 ‘세상과 담을 쌓은 채 책만 아는 바보’라는 뜻으로 학문에 대한 이덕무의 끝없는 애정이 담긴 말이다. 정 대표는 “죽음에 대한 사색은 곧 삶에 대한 사색으로 이어진다”며 근대 이전 국내의 묘비명을 종합한 ‘내면 기행’(심경호)도 권했다. 정약용의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이황이 손자에게 쓴 편지를 묶은 ‘안도에게 보낸다’도 새해에 읽어볼 만한 책으로 골랐다.

“세계사에서 보기 드물게 500년을 유지한 조선의 원동력과 한계를 이 책에서 찾아볼 수 있다.” 안대회 성균관대 한문학과 교수는 이이의 ‘성학집요’를 추천하며 이같이 말했다. 이 책은 조선을 대표하는 유학자인 이이가 국왕에게 올린 ‘제왕학 교과서’라고 할 수 있다. 이 밖에 안 교수는 “중국인의 기이한 상상력이 곳곳에 번득이는 전통사회 판타지의 파노라마가 펼쳐지는 명작”이라며 ‘요재지이’(포송령)를, “이만큼 간명하면서도 요령 있게 한국의 지리와 인문과 주거를 파헤친 저작은 없다”며 ‘택리지’(이중환)를 골랐다.

유재건 그린비 대표는 신영복의 ‘강의’와 니체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선택했다. 유 대표는 이 책들에 대해 “논어 맹자 서경 등 동양고전에 대한 새로운 독법을 통해 지금, 여기의 우리 삶을 돌아보게 한다” “불안에 사로잡힌 시대에 필요한 것은 명랑함과 웃음. 긍정의 철학자 니체의 사유가 우리의 삶에 약이 된다”고 평가했다. 문학서로는 박노해 시인이 10여 년 만에 낸 시집 ‘그러니 그대 사라지지 말아라’와 ‘루쉰 전집’을 골랐다. 마셜 매클루헌의 ‘미디어의 이해’도 출판 방송 신문 등 미디어의 격변기를 맞은 지금 일독할 만한 책으로 추천했다.

버트런드 러셀의 ‘행복의 정복’은 윤평중 한신대 철학과 교수가 아끼는 책이다. 윤 교수는 “(이 책은) 보통사람을 위한 행복 교과서”라며 “행복은 우리를 시시각각 엄습하는 부정적 감정들을 일상에서 전투적으로 극복하려는 일관된 노력과 실천 가운데서 비로소 창출된다”고 말했다. ‘어린 왕자’(생텍쥐페리)에 대해서는 “관심과 배려로 대상을 보면 세상 모든 것이 의미 가득한 존재로 새로이 다가온다는 것을 보여주는 아름다운 글”이라고 평했다.

유필화 성균관대 SKK GSB 교수는 “인간관계 관리의 핵심을 가르쳐 주는 책”이라며 ‘논어’를 권했다. 홍명희의 ‘임꺽정’과 영원한 고전 ‘삼국지연의’(나관중)도 추천했다.

○ ‘정의론’ ‘열린사회와 그 적들’… 사회 안목 키우고

마키아벨리의 ‘군주론’과 ‘로마사 논고’는 윤평중 교수가 사회적 인식을 확장하는 데 도움이 되는 책으로 선정했다. 윤 교수는 “이 두 책은 같이 읽어야 마키아벨리의 진면목을 알 수 있다”며 “군주론은 국가의 존망을 좌우할 위기상황 속의 정치적 리더십을 설파하고 로마사 논고는 갈등하는 사회세력들 간의 공존에서 나오는 시민적 주체의식이 공동체의 번영을 가져온다는 사실을 강조한다”고 말했다. 존 롤스의 ‘정의론’에 대해서는 “(정의 문제를) 현대 정치사상의 중심주제로 만든 현대의 고전이자 자유주의 정치철학의 최고봉”이라며 “(‘정의란 무엇인가’를 쓴) 마이클 샌델은 롤스의 해설가에 불과하다”고 평했다.

“대학 때 읽었는데 그 울림이 아직도 내게는 크게 남아 있다. 전체주의와 독재에 대한 경계가 어느 때보다도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박재환 에코리브르 대표가 ‘열린사회와 그 적들’(칼 포퍼)을 꼽은 이유다. 박 대표는 “올해 남북의 상황을 생각하면 이 책이 절실하다.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신념이 무척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최근작 ‘아웃라이어’에 대해서는 “자기 집중에 좋은 책”이라고 평가했다.

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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