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를 보면서 울긴 처음이다” SBS ‘최후의 툰드라’ 시청률 호조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1월 29일 19시 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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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하얀 눈과 붉은 피. 가죽이 벗겨진 채 속살을 드러낸 곰과 순록. 그리고 붉은 피를 입가에 묻히고 천진난만하게 웃고 있는 어린아이의 모습….

14일 첫 방송된 SBS 창사 20주년 특집 다큐멘터리 '최후의 툰드라'에는 이처럼 '날것' 그대로의 장면이 많다. 하지만 거북하지 않다. 오히려 1년 중 7개월은 기온이 영하 50~60도까지 떨어지는 툰드라의 추위가 손에 잡힐 듯 다가온다.

이 프로그램은 일요일 오후 11시 시간대에도 불구하고 1부 '땅의 노래', 2부 '툰드라의 아들', 3부 '곰의 형제들'이 각각 11.3%, 12.2%, 12.5%(AGB닐슨미디어리서치·전국 기준)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다큐멘터리로서는 이례적으로 두 자릿수의 시청률을 계속 이어가고 있다.

시청자 게시판에도 '다큐멘터리를 보면서 울긴 처음이다' '영상이 너무 아름답다' '아이들과 함께 볼 수 있도록 방송시간을 당겨 달라'는 등의 호평이 잇달아 오르고 있다.

'최후의 툰드라'의 생생한 화면의 비밀은 디지털일안렌즈반사식(DSLR) 카메라인 캐논의 EOS 5D 마크2를 이용한 촬영에 있다. 이 카메라는 어두운 곳에서도 초고감도 촬영이 가능해 일반 방송용 ENG 카메라의 감도로는 촬영하기 힘든 오로라 장면을 바로 눈앞에 펼쳐지는 듯 담아냈다. 또 무게와 부피가 작아 툰드라 사람들의 생활 모습을 밀착해 찍는데 효과적이었다.

연출자인 장경수 PD는 "경관 뿐 아니라 사람의 삶이 담긴, 이야기가 있는 한국형 자연 다큐를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실제 이 다큐는 각 부족의 이야기를 다루면서 몇몇 인물을 부각시켰다. 그 결과, 자연과 사람 얘기가 적절하게 어우러져 화면에 삶의 온기를 불어넣는데 성공했다.

특히 2부 '툰드라의 아들'에서는 야말반도에 마지막으로 남아 있는 순록 유목민 네네츠 족 아이들을 전면에 내세웠다. 아이들은 여섯 살이 되면 의무적으로 도시로 나가 러시아식 교육을 받지만, 다시 툰드라로 돌아와 유목민의 삶을 선택한다. 졸업 후 툰드라로 돌아온 열여덟 살의 콘스탄틴 세로테토의 말은 매일매일 아스팔트 위에서 살아가면서 무언가를 잃어가는 시청자들의 공감을 얻기에 충분했다.

"도시는 좀 허무하다. 우리는 어렸을 때부터 순록과 같이 자라는데, 도시에는 그런 것이 없다. 툰드라에 오면 마음이 편안하다."

이 다큐는 국내 최초로 시베리아의 야말, 한티, 타이미르, 캄차카 반도를 아우르는 툰드라 지역을 카메라에 담았다. 13개월의 사전조사와 300여 일에 걸친 현지 촬영이 이뤄졌다. 제작진의 밝은 눈과 화면 곳곳에 배어 있는 땀을 시청자들은 결코 외면하지 않는다.

박희창 기자 rambla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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