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에 관하여’ 20선]<11>정의로운 체제로서의 자본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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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0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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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로운 체제로서의 자본주의 /복거일 지음/삼성경제연구소

《“정의감은 선험적 존재가 아니다. 다른 개념들과 마찬가지로, 그것은 우리의 생물적 진화에서 나온 산물이다. …종들의 진화가 개체들의 생존 경쟁을 통해서 이루어지고 개체들의 생존 경쟁에서 둥지와 영역과 같은 재산들이 결정적으로 중요하므로, 재산과 관련된 욕구들, 본능들 그리고 행위들은 우리의 심성과 행태의 가장 본질적 부분을 이루었을 것이다.”》

저자는 자본주의가 정의롭지 못하다는 비난에 대해 ‘효율적’이라는 점만을 내세워서는 자본주의와 우리 사회 체제를 제대로 변호할 수 없다고 말한다. 재산 형성에 공헌한 사람들에게 소유권을 주는 것을 원칙으로 삼는 자본주의가 근본적으로 정의롭다고 이 책은 주장한다. 지금까지 주로 경제학을 중심으로 이뤄져온 자본주의에 대한 논의에, 최근 이뤄진 생물학에서의 성과들을 더해 자본주의의 정의로움을 옹호한다.

저자는 “원초적 재산권은 개체들의 행위들을 인도하는 가장 중요한 원칙들 가운데 하나였고, 재산권의 침범은 무엇보다도 큰 분개를 불렀을 것이다”라고 말한다. 그리고 재산권과 관련된 그런 분개가 지금 우리가 지닌, 잘 발달된 정의감으로 진화했다고 말한다.

그는 이를 ‘카푸신 원숭이들’을 예로 들어 설명했다. 에머리대의 프란스 더 발과 세라 브로스넌은 카푸신 원숭이들에게 ‘토큰’을 주고 손바닥을 내밀어 토큰과 오이 한 조각을 맞바꾸도록 했다. 원숭이들은 처음에는 이 물물교환에 만족해했고, 보상에 대해 토큰을 기꺼이 포기했다. 그러나 한 원숭이에게는 오이 대신 포도를 주고, 다른 원숭이에게는 계속해서 오이를 내밀자 원숭이들은 불만을 표시했다. 한 원숭이에게 아무런 까닭 없이 포도를 줌으로써 과학자들이 실험을 한 단계 더 진행시키자, 다른 원숭이들의 저항은 배로 늘어났다. 다섯 번 가운데 네 번꼴로, 원숭이는 토큰을 넘겨주기를 거부하거나 오이를 물리쳤고 때로 토큰을 실험실 밖으로 던지기까지 했다.

본질적으로 토큰이라는 재산권을 바탕으로 한 이 실험은 정의가 훈육의 산물, 즉 부모들과 공동체가 가르친 것이라기보다는 진화되어 온 특질이라는 사실을 말해준다. 저자는 흔히 정의감과 거의 겹치거나 본질을 이룬다고 여겨지는 ‘공정감(sense of fairness)’이 재산권과 관련돼 나타난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한다.

1970년대 미국 정치학자 로버트 액설로가 행한 컴퓨터 실험도 상호적 이타주의가 본질적으로 개체들의 자기 이익 추구에서 나왔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이를 바탕으로 저자는 상호적 이타주의의 수단이 본질적으로 재산이라고 주장한다. 다른 사람에게 잘해주려면, 누구나 자신의 시간과 구체적 재산을 들여야 한다. 이는 모두 기회비용을 뜻하며, 그런 뜻에서 이타적 행위는 자신의 재산을 상대에게 제공하는 일이다.

따라서 상호적 이타주의는 양 당사자들이 자신들의 재산을 서로 제공하는 것을 뜻하고, 그런 재산의 상호 제공 약속을 어긴 사람들에 대한 도덕적 분개가 사람들이 지닌 정의감의 본질이자 원초적 형태였다고 말한다. 이 같은 여러 증거를 통해 우리의 발전되고 섬세한 정의감은 재산권과 관련된 원초적 정의감이 진화한 것이라고 이 책은 주장한다. 결국 자본주의의 ‘정의로움’이 자본주의의 ‘자연스러움’에서 나온다는 것이다.

“정의가 사람 마음에 자연스러운 무엇으로 다가오리라는 생각은 합리적이다. 자연스러움이 정의의 핵심적 특질들 가운데 하나임을 명확하게 증명하기는 어려울지 모르지만, 자연스럽지 않은 무엇이 정의로운 경우는 상상하기 어렵다. 정의감이 진화의 산물이므로, 그런 사정은 필연적이다.”

박희창 기자 rambla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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