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해요 나눔예술]관객서 주인공으로

  • Array
  • 입력 2010년 10월 15일 03시 00분


코멘트

■ 서울시극단 시민연극교실 ‘다함께 행복한 세상 꿈꾸며’

시민배우들이 서울시극단 연습실에서 다음 달 무대에 올릴 연극 연습에 한창이다. 서영수 전문기자 kuki@donga.com
시민배우들이 서울시극단 연습실에서 다음 달 무대에 올릴 연극 연습에 한창이다. 서영수 전문기자 kuki@donga.com
출근길 지하철. 사람들이 밀착된 틈새로 치한이 중년 여인의 엉덩이를 건드린다. 여자의 비명에 이어 따귀 때리는 소리.

“시방 이 잡것이! 이 소극적인 손놀림은 뭐다냐? 당장 내리더라고!” “네, 좋아요. 치한 아저씨, 실감나는데….”

연출을 맡은 서울시극단 배우 강신구 씨의 칭찬에 한바탕 웃음이 터졌다. 오후 9시를 훌쩍 넘긴 시간, 서울시극단 연습실에선 연극 ‘진짜, 진짜 리얼리티 쇼’의 연습이 한창이었다.

그런데 배우들이 낯설다. 20대부터 60대까지 주부, 회사원, 교사, 자영업자 등 대부분 처음 연기를 해보는 아마추어들이다. ‘개똥벌레’의 작사·작곡가 한돌(본명 이흥건·57) 씨도 눈에 띈다.

지난해에 이어 올봄 서울시극단의 ‘시민연극교실 2기’에 합류한 시민배우들은 다음 달 초 나눔 무대에 올라 그동안의 결실을 선보일 예정이다. 40여 명의 배우가 3개 팀으로 나뉘어 팀당 1편씩 모두 세 작품이 무대에 오른다.

“시민배우들은 연극교실 참여만으로도 성취감이 크답니다. ‘행복한 세상을 꿈꾸는 나는 주인공’, 시민연극 슬로건인데요. 소모적 일상에서 벗어나 연극을 통해 창의적 여가활동, 문화봉사를 하는 새 삶의 주인공이 되는 거죠.”(서울시극단 이두성 지도단원)

매주 화요일 광주에서 연극교실을 찾는 최미선 씨(43·여)는 연극을 하면서 우울증이 없어졌단다. “기차를 놓쳐 딱 한 번 결석했어요. 서울서 연극한다니까 친구들은 대학로 극단 배우가 된 줄 안다니까요. 글쎄.”

■ 직장인주축 세종나눔앙상블 ‘보통사람들의 특별한 도전’

세종나눔앙상블 단원들이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6층 연습실에서 지휘에 맞춰 연습하고 있다. 서영수 전문기자 kuki@donga.com
세종나눔앙상블 단원들이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6층 연습실에서 지휘에 맞춰 연습하고 있다. 서영수 전문기자 kuki@donga.com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6층 작은 연습실. 이곳엔 매주 금요일 저녁이면 생업의 틈을 쪼개 음악의 꿈을 불사르는 사람들이 모인다. 세종문화회관이 2008년 12월 창단한 순수 직장인 오케스트라 ‘세종나눔앙상블’이다.

단원은 20대부터 50대로 한때 음악도의 꿈을 키웠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접어야 했던 사람들이다. 그래서 이들의 악기 하나하나에는 사연이 묻어 있다. 소년원에서 익힌 클라리넷을 10년 만에 다시 잡고 남몰래 보일러실에서 의지를 불태운 싱크대 AS 기사가 있는가 하면 20여 년을 집안일밖에 모르던 주부 정은채 씨(52)도 바이올린을 잡았다.

“몇년 전 어릴 적 배운 바이올린을 다시 시작했어요. 레슨도 받았는데 혼자 하는 게 영 흥미가 나질 않는 거예요. 그러다 라디오에서 앙상블 모집 소식을 듣고 ‘내 인생 살아보자’ 결심했죠.”

이영규 씨(29)는 대부분 부모가 없는 아이들이 다니는 서울 은평구 응암동 알로이시오학교 출신. “클라리넷을 연주하며 음대 진학을 꿈꿨는데 여건상 접어야 했죠. 다시 하리라곤 생각도 못했는데 단원 모집소식에 너무 설렜어요.”

단원들은 세종문화회관이 저소득층 어린이들로 구성한 ‘꿈나무하모니오케스트라’의 지도에도 열심이다. 단원들은 아이들에게 ‘멘터’이기도 하다. 나눔앙상블 김은정 예술감독은 “내년 5월 꿈나무하모니오케스트라와의 협연에서 또 다른 나눔의 경험을 보여주겠다”고 다짐했다.

박길명 나눔예술특별기고가 myung@donga.com

“무대가 난해하면 우리 춤 보겠어요?” 서울시무용단 임이조 단장

호랑나비가 온몸에 붙어 앉았다. 떼어내면 또 달라붙고…. 무용가이던 어머니의 태몽은 춤꾼의 탄생을 예고하는 것이었다. 서울시무용단 임이조 단장(61·사진)은 전통의 계승과 창조를 거듭하며 우리 춤의 제자리 찾기에 매진하는 명인이다.

“네 살 무렵, 임춘앵 선생의 여성 창극을 보고 ‘무용 의상을 입혀 달라’며 어머니께 떼를 썼어요. 이후 여섯 살이 되던 해에 발레에 입문해 춤의 길을 걷게 됐죠.”

그러다 열여덟에 이매방 선생을 만나 한국무용의 아름다움에 눈을 떴다. 마흔이 넘어 만난 아내는 춤을 사랑하는 임 단장만의 평론가이자 은인 같은 사람이란다. 고교생인 아들, 딸도 아버지를 따라 춤꾼의 길을 걷고 있다.

“한국적인 것에 뿌리를 두고 대중이 좋아하는 작품을 만들 것입니다. 무대가 난해하면 누가 우리 춤을 보려고 하겠어요?”

임 단장은 “우리 문화예술을 국제화하려면 시장조사에서 홍보, 투자까지 면밀히 분석 지원하는 정부 차원의 상설기구가 있어야 한다”는 점을 빼놓지 않았다.

“예술과 일상간의 간극 좁혀야죠” 서울시극단 김석만 단장

“예술가의 길이 어려울지 몰라도 예술은 어려운 게 아닙니다.”

서울시극단 김석만 단장(59·사진)은 지금의 나눔예술이 문화예술을 체험하는 것이라면 다음 단계는 보는 이들이 참여하는, 나눔과 시민예술의 접목이 될 것이라고 했다.

“재수를 해 대학에 들어가니 해방감이랄까 전공인 지리학보다 뭔가 접해 보지 못한 것을 알아보고 새로운 나를 찾고 싶었지요. 그렇게 연극부에 발을 들여놓았습니다.”

그는 1983년부터 연우무대를 중심으로 연출 작업을 하면서 연극 ‘한씨연대기’, ‘변방에 우짖는 새’, ‘꿈 하늘’, ‘새들도 세상을 뜨는구나’, 가극 ‘금강’ 등 주옥 같은 작품을 무대에 올렸다.

“연극은 당대를 사는 사람들로부터 출발해야겠지요. 그래서 연극에는 시대정신이 담겨 있어야 합니다. 분단 이후 삶의 모습을 준비하고 풀어내는 것 역시 예술가의 몫이라고 봅니다.”

김 단장은 일반인과 연극인이 소통하고 그 결과를 다듬고 연극화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래야 예술과 일상 간의 간극이 좁혀질 것이기 때문이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