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 문예운동 기수 계간 ‘실천문학’ 30돌…“새 시대 새로운 실천방안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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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0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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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 고은 시인이 작명…허수경-김별아 씨 등 배출

실천문학 창간호
실천문학 창간호
“우리들의 고난과 의지의 경험은…오늘과 내일에 아낌없이 투자되고 있다. 이 책 역시 조촐한 우리들의 힘의 운동인 것이다.”

1980년 3월 무크지 ‘실천문학’은 이 같은 발간사와 함께 시작됐다. 고은 시인이 이름을 지었고 박태순 이문구 송기원 이시영 씨 등 작가들이 편집위원을 맡았다. 문예지가 폐간되고 당국이 잡지 등록을 허락하지 않자 부정기간행물 형식으로 낸 것이었다. 계간지로 전환한 것은 1985년 봄호에 이르러서였다.

진보적 문예운동의 기수로 불려온 계간 ‘실천문학’이 창간 30주년을 맞았다. 1980년대에는 외세와 자주의 문제, 리얼리즘 논쟁 등을 일으켰고 1990년대에는 근대성과 탈근대성, 사회주의 국가의 몰락과 함께 퇴조하는 민중성의 위기를 진단하는 담론을 생산했다. ‘민중교육’지 사건으로 폐간 위기에 몰렸고 오봉옥의 장시집 ‘붉은 산 검은 피’를 발행한 게 문제가 되어 발행인을 맡았던 송기원 씨가 구속되는 시련을 겪기도 했다. “실천문학 사무실은 문인들의 농성장이었다…실천문학 대표쯤 되면 감옥행은 각오해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 대표 김영현 씨의 회고다.

실천문학을 거쳐간 작가도 많다. 김정환 김사인 최원식 씨 등이 편집위원을 맡았으며 시인 허수경 진이정 고재종 씨, 소설가 방현석 김별아 전성태 씨 등이 실천문학으로 등단했다.

2000년대 중반 이후 ‘운동으로서의 문학’의 의미가 퇴색하면서 실천문학의 입지가 좁아진 것이 사실이다. 여타의 문예지와 마찬가지로 ‘실천문학’의 판매는 부진하다. 연간 8000부 정도 나간다. 적자를 감수해야 하지만 출판사인 실천문학사의 단행본 판매 수익으로 보완하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상징적인 문학 매체인 문예지는 해야 할 시대적 역할이 있다는 게 편집진의 생각이다. 실천문학은 새로운 문학적 실천을 모색 중이다. 그 일환으로 22일 서울 종로구 사간동 출판문화회관에서 창립 30주년 기념 심포지엄이 열린다.

지령 100호를 앞두고 실천문학의 미래를 위한 축사를 보내 달라는 주문에 문인들은 “진보적 글쓰기와 실천은 불온함이 생명이다. 그러나 이것도 성실성과 윤리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공허한 메아리일 뿐”(문학평론가 최강민) “바람과 나무그늘처럼 보이지 않아도 늘 함께 있고자 하고 앞서서 나가는 행동하는 양심이 실천”(시인 이종수)이라는 응원을 보내고 있다.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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