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 독립운동 사적지 88% 멸실-훼손 등 제모습 잃어”

동아일보 입력 2010-09-09 03:00수정 2010-09-09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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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기념관 조사… 6·25 사적지 63%도 보존 안돼 서울의 신간회 창립본부, 부산의 백산상회 등 전국의 독립운동 사적지 1577곳 가운데 1390곳(88%)이 멸실되거나 훼손·변형돼 원형이 제대로 보존돼 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미국과 같이 ‘사적지법’을 따로 제정해 문화재나 현충시설 사이의 사각지대로 남아 있는 사적지를 체계적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독립기념관 한국독립운동사연구소는 2007년부터 2010년까지 4개년에 걸쳐 전국의 독립운동과 6·25전쟁 사적지의 보존 상태 등을 전국 단위로 처음 전수조사한 결과 독립운동 사적지의 88%와 6·25전쟁 사적지의 63%가 멸실 또는 훼손·변형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8일 밝혔다.

김용달 한국독립운동사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이날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20층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국내 항일독립운동 및 국가수호 사적지 관리와 활용’ 학술심포지엄에서 ‘국내 항일독립운동 및 국가수호 사적지 조사 결과 보고’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독립운동 사적지는 전국 1577곳 가운데 54.5%(860곳)가 멸실된 것을 비롯해 33%(521곳)는 변형, 0.5%(9곳)는 훼손된 것으로 나타났다. 원형이 보존된 곳은 8%(125곳), 복원된 곳은 4%(62곳)였다. 6·25전쟁 사적지는 335곳 가운데 변형 41%(139곳), 멸실 19%(62곳), 훼손 3%(11곳)였고 원형이 보존된 곳은 36%(121곳), 복원된 곳은 1%(2곳)였다.

사적지는 주로 독립운동단체가 설립했거나 본거지로 활용한 건물, 독립운동가의 생가, 일제강점기 통치기관 등과 6·25전쟁 주요 전투지, 주요 작전 지휘본부나 관청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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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강점기엔 관리를 할 수 없었고 광복 이후에도 관심을 두지 않다가 산업화와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대부분 소실됐다. 독립운동사연구소는 1920년대 대표적인 독립운동단체인 신간회 창립 본부(서울)와 1914년 독립운동자금을 위해 설립된 ‘백산상회’(부산)를 대표적인 멸실 사적지로 꼽았다.

기념물의 위치나 문안 등이 잘못된 사례도 여럿 발견됐다. 3·1운동의 ‘아우내 장터’ 위치가 원래 표지석이 있던 위치에서 동남쪽으로 150m가량 떨어진 곳으로 확인됐다. 3·1운동 당시 천도교의 주요 거사 거점인 서울 상춘원 터 표지석과 서울 남대문 역전 독립만세 시위터, 한국독립군총사령관 지청천의 서울 생가 터도 위치가 부정확했다.

9·28 서울수복 현장인 서울 경복궁 앞, 휴전반대 대회가 열렸던 덕수궁, 전시에 육군본부가 사용하던 대구 육군본부 터에는 역사적 사실을 알려주는 시설물이 아예 없다고 연구소 측은 밝혔다.

이정은 한국독립운동사연구소 책임연구위원은 “미국은 사적지를 국가적으로 관리하며 이를 통해 국가의 건국정신과 발자취를 체계적으로 보여주고 있다”며 “대한민국의 역사를 제대로 보여주려면 사적지 등급 평가 기준 등을 담은 ‘사적지법’을 만들어 사적지를 역사교육 현장이나 관광 자원으로 개발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허진석 기자 james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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