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북 카페]佛아멜리 노통브 신작 ‘어떤 삶’

동아일보 입력 2010-09-04 03:00수정 2010-09-04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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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미군병사와 작가와의 편지 대화

시대 아픔 간직한 삶 어떻게 위로 받을까
《동아일보 특파원과 통신원들이 뉴욕 도쿄 베이징 파리 런던을 비롯한 월드 시티의 책 소식을 전하는 ‘글로벌 북 카페’를 연재합니다. 현지의 북 리포트와 출판 트렌드 진단 등을 통해 세계의 지적 흐름을 전합니다.》
그녀가 왔다. 저마다 두 달간의 긴 휴식을 마칠 즈음이다. 프랑스 문학계와 출판계는 예정됐던, 또 기다렸던 아멜리 노통브(43)의 2010년 신작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초판을 22만 부나 찍고 8월 18일 서점에 데뷔한 노통브의 새 소설은 나오자마자 베스트셀러 1위를 점령했다. 프랑스의 만물이 새롭게 출발하는 8월 말, 그는 책 제목대로 또 한 번 놀라운 그 ‘어떤 삶(Une Forme de vie)’을 선보였다.

작품들 속에서 주인공의 모습 속에 삶의 편린들을 투영했던 이 벨기에 중년 여작가는 ‘어떤 삶’에서 그간 자기를 조금씩 가려 왔던 옷들을 완전히 벗어 던지고 동명의 주인공 작가로 직접 무대의 전면에 나선다. 많은 팬들의 사랑을 받는 베스트셀러 작가로서다. 또 한 명의 주인공은 노통브에게 팬레터를 보내 전쟁 폭력 더위에 찌든 삶의 고통을 토로하고 스스로 위로받는 이라크 바그다드에 있는 고독한 미국인 병사다. “저는 6년째 이라크에 와 있는 미국인 병사입니다. 제 이름은 멜빈인데 멜이라고 불러주셔도 됩니다. 당신에게 편지를 쓰는 이유는 개처럼 고생하고 견디기 힘든 저의 환경 때문입니다. 당신의 책들이 너무 고맙습니다. 외로운 저에게 큰 위로가 됩니다.” 용감한 군인의 전형이라기보다는 아주 우스꽝스럽고 별난 바보 같은 인물이다. 하지만 동시에 전쟁으로 피폐해져가는 한 인간의 저항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캐릭터이다. 매번 통렬한 상상력으로 독자를 놀라게 했던 노통브는 어디로 갔나. 그는 신작에서 이라크의 미군 병사라는 시대적 아픔을 응축한 형상을 독자로 등장시켜 인간의 고독과 부조리한 전쟁을 동시에 조준한다. 긴박감 넘치는 대화체를 선호하는 그의 전통적 문법은 편지를 주고받는 형식에서 고수되는 반면 독특하고 충격적인 소재를 버리는 대신 현실에 더욱 가까이 다가섬으로써 완전히 새로운 소설로 태어났다. 주간지 렉스프레스는 “글쓰기의 힘, 문학의 의미와 목적에 대한 탁월한 고찰”이라고 평가했다.

노통브에게 편지는 어떤 의미일까. 그는 일간지 르피가로와의 인터뷰에서 “2000명이 넘는 사람과 편지를 교환하고 하루에 8통 이상의 편지를 쓴다”고 말했다. 그는 6세 때부터 알지도 못하는 외할아버지에게 의무적으로 편지를 써야만 했고 소설가가 되기 전까지 ‘편지를 쓰는 사람’이었다고 말한다. 성장 과정에서 “원하지 않게 이곳저곳을 다니며 고독을 떨칠 수 없었는데” 편지는 그 외로움을 이겨내는 수단이었다는 것이다. 벨기에 외교관의 딸로 일본에서 태어나 중국 방글라데시 라오스 미국을 돌아다니며 청소년기를 보냈던 그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책은 멜빈의 얘기이면서 노통브의 얘기이다. 팬레터에 담긴 수많은 독자들의 개별적인 삶, 그 각각의 ‘어떤 삶’이 실은 우리 인생의 가장 ‘본질적인 삶’이라고 말하는 것이다. 노통브는 이 소설에서 멜빈 메이플이라는 가공인물 외에는 모든 게 진짜라고 했다. 25세의 나이에 첫 장편 ‘살인자의 건강법’으로 평단의 극찬을 부르며 성장한 노통브는 매년 8월 한 편씩의 새 소설을 내놓으며 매번 베스트셀러에 등극하는 기록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어떤 삶’ 역시 출간 직후 4일 만에 1만5000부를 팔아 치워 몇 주째 1위를 기록했던 마크 레비의 ‘그림자 도둑’을 단번에 2위로 몰아내고 정상에 등극했다. 노통브가 얘기하는 ‘작가의 역할’은 무엇일까. 그는 한 인터뷰에서 “사람들이 인생의 의미를 찾게 도와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공교롭게도 멜빈의 절규가 세상에 나온 직후 이라크전쟁은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이라크전 종전을 선언했고 모든 전투 병력을 철수시켰다.

파리=이종훈 특파원 taylor5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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