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코르 문명’ 3D로 더 생생하게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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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8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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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 주세요!”

김동준 PD의 외침과 함께 스태프의 움직임이 분주해졌다. 한 스태프는 카메라의 앵글과 렌즈의 각도, 피사체 등을 기록했고 소현수 입체기술 감독은 양손에 디지털 거리측정기와 입체 캘큘레이터(Calculator)로 가장 가까운 거리와 가장 먼 거리를 측정하여 입체값을 정했다. 데이터가 정리되자 촬영 시작을 알리는 김 PD의 외침이 이어졌다.

“롤, 액션!”(롤은 촬영장면을 저장하는 별도의 기록 장치를 작동시키는 것을 말한다)

지시가 떨어지자 3차원(3D) 카메라를 실은 5m짜리 크레인이 서서히 하늘로 향했다. 카메라는 65m 높이의 중앙탑과 그를 둘러싸고 있는 네 개의 탑을 아래에서 위로 훑고 올라갔다.

26일 오후 앙코르와트 두 번째 회랑까지 캄보디아에 하나밖에 없는 크레인이 운반, 설치됐다. 양해를 구하고 5분 동안 관광객들의 진입도 막았다. 촬영 장면을 흥미롭게 지켜보는 관광객들의 시선을 뒤로하고 김용상 촬영감독과 카메라가 천천히 하늘로 향했다. 사진 제공 EBS
26일 오후 앙코르와트 두 번째 회랑까지 캄보디아에 하나밖에 없는 크레인이 운반, 설치됐다. 양해를 구하고 5분 동안 관광객들의 진입도 막았다. 촬영 장면을 흥미롭게 지켜보는 관광객들의 시선을 뒤로하고 김용상 촬영감독과 카메라가 천천히 하늘로 향했다. 사진 제공 EBS
26일 오후 캄보디아 시엠레아프의 앙코르와트 유적. 내년 1월 방송 예정인 EBS 특집 3D 다큐멘터리 ‘앙코르 문명’의 첫 앙코르와트 촬영이 한창이었다. 세계 최초의 3D 다큐멘터리 제작이다.

앙코르와트는 12세기 앙코르 왕조가 세운 힌두 사원. ‘사원의 도시’라는 뜻을 지닌 앙코르와트는 안쪽으로 들어갈수록 점점 높아지는 세 개의 회랑으로 이루어져 있다. 외벽 길이는 총 5.5km에 달하고 사원을 둘러싸고 있는 해자의 폭도 200m에 이른다. 사원 중심부에 높게 솟아 있는 세 번째 회랑 ‘바칸’을 오르는 75도의 가파른 계단은 신에게 이르는 여정의 험난함과 절대 왕권을 상징한다.

EBS 제작진은 캄보디아 국영방송사 TVK와 함께 9월 10일까지 앙코르와트와 앙코르톰을 촬영한다. 이 다큐멘터리는 앙코르와트와 앙코르톰의 건설 과정과 시대상, 시간이 흐르면서 파괴되어 가는 모습을 3D 촬영과 컴퓨터 그래픽을 통해 재현한다.

제작진은 앙코르와트의 웅장하고 신비스러운 모습을 3D로 촬영하기 위해 2대의 카메라를 수직으로 연결해 같은 장면을 찍는 방식을 선택했다. 2대의 카메라 중 한 대는 피사체를 그대로 담으며, 나머지 한 대의 카메라는 앞에 설치해놓은 거울에 반사된 동일한 영상을 찍는다. 입체 효과는 두 카메라의 간격과 각도 등으로 결정된다.

김용상 촬영감독은 “3D 촬영에는 다양한 방식과 카메라 조합이 있는데 우리 제작팀은 자체적인 연구를 통해 가장 적합한 방식을 찾아냈다”며 “현장 구도를 맞추고 2대의 카메라 간격과 각도에 대한 데이터를 토대로 입체감을 가장 잘 살릴 수 있는 값을 계산해 촬영에 활용한다”고 설명했다.

앙코르와트-앙코르톰 첫 실사 촬영,과거-현재 모습 CG통해 그대로 재현
EBS 내년초 방영… 다큐 새지평 열듯

보통의 3D 촬영 현장과 달리 이번에는 입체 안경을 끼고 모니터를 하는 제작진은 찾아볼 수 없었다. 입체감을 일정하게 유지하기 위해 기획과정부터 기준이 되는 입체값을 사전에 설정했고, 이를 바탕으로 수차례에 걸쳐 테스트 촬영을 했기 때문이다.

민간 3D 영상 전문가로서 입체기술 감독으로 참여한 소현수 감독은 “스토리뿐만 아니라 입체도 일정한 연속성이 필요한데 강한 입체감에만 주목하다 보니 화면이 툭툭 튀어나오고 입체 장면이 과도해지는 문제가 생긴다”며 “올해 초부터 사전 작업을 하면서 적절한 입체 수준을 찾아내고 있다”고 말했다.

제작진은 과거 재현 장면도 길이 100m, 높이 10m의 블루스크린을 이용해 3D로 촬영했다. 코끼리 15마리와 엑스트라 1000여 명을 동원해 촬영한 대규모 군중 및 전투 장면 등에는 컴퓨터그래픽을 덧입혀 더욱 생생하게 앙코르 유적지의 건설 과정을 보여줄 계획이다.

‘앙코르 문명’ 제작비는 8억5000만 원. 이외에도 리그(두 카메라 사이의 거리와 각도를 조절하는 거치대)와 특수 렌즈 등 3D 촬영장비 구입비로 4억 원이 추가로 들어갔다. 보통 리그에 비해 무게가 30% 수준인 독일제 직교식 리그를 도입해 3D 제작 방식으로는 드물게 직접 촬영 장비를 손에 들고 전투 장면을 찍을 수 있었다.

김유열 책임PD는 “앙코르와트는 수직적으로나 수평적으로나 깊이감이 있다. 200여 개의 기둥이 2줄로 늘어서 있는 등 2차원(2D)으로 봐도 수직과 수평의 입체감이 있는데 3D로 하면 육안으로도 볼 수 없는 웅장함이 더해진다”고 말했다.

앙코르와트=박희창 기자 ramblas@donga.com

::앙코르 유적지::


캄보디아의 수도 프놈펜에서 서북쪽으로 약 300km 떨어진 시엠레아프에 위치한 유적지. 산스크리트어로 ‘도시’를 의미하는 앙코르는 9세기부터 15세기까지 번성했던 크메르 제국의 수도였다. 1861년에야 비로소 세상에 알려진 앙코르 유적지는 1113∼1150년에 축조된 앙코르와트와 고대 크메르 왕조의 마지막 도성이었던 앙코르톰 등으로 구성돼 있다. 1992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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