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리뷰]2% 부족했던 춤 노래 연기…100%로 채운 객석의 환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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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8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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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빌리 엘리어트’
춤★★★☆ 노래★★★☆ 연기★★★ 무대★★★☆

영국 로열발레스쿨 입학시험 오디션에 응시한 빌리(김세용)가 발레를 출 때의 기분을 말해 달라는 심사위원의 요청에 말로는 설명이 안 된다며 온몸으로 그 기분을 표현하는 동안 광원인 아버지(조원희)는 넋이 빠진 모습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다. 사진 제공 매지스텔라
영국 로열발레스쿨 입학시험 오디션에 응시한 빌리(김세용)가 발레를 출 때의 기분을 말해 달라는 심사위원의 요청에 말로는 설명이 안 된다며 온몸으로 그 기분을 표현하는 동안 광원인 아버지(조원희)는 넋이 빠진 모습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다. 사진 제공 매지스텔라
1980년대 군부 독재정권에 맞선 한국의 극렬시위를 방불케 하는 장면이 펼쳐진다. 방송으로 계속 나갈 경우 한국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심어 투자가 위축되는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초래한다고 한탄할 법한 장면들이다.

하지만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는 그 닮은꼴 장면을 매일 밤 전 세계에 보여주면서 엄청난 문화산업의 수익을 창출한다. 한국에선 ‘영국병을 치유한 철의 여인’으로 찬미되는 마거릿 대처 전 총리가 마녀 같은 모습으로 등장한다. 대처리즘에 맞서 파업 중인 광원들은 그 어느 때보다 썰렁한 크리스마스를 선물한 그를 향해 ‘당신 죽을 그날이 가까워졌네’라는 이유만으로 ‘메리 크리스마스, 메기 대처’를 소리 높여 부른다. 그런 광원들과 이를 진압하려고 출동한 경찰들은 쌍욕을 주고받으며 치열한 난타전을 펼친다.

이처럼 한국 같으면 국가적 망신이라며 눈살 찌푸릴 일이 이 작품에선 예술로 승화된다. 광원과 경찰의 격렬한 대치 속에서도 우아한 음악에 맞춰 앙증맞은 발레를 추는 어린이들의 힘 때문이다. 한 시대의 끝자락에서 내뱉는 절망의 숨결은 그렇게 한 어린이의 경이로운 춤과 노래를 통해 새로운 희망의 불꽃으로 살아난다.

2000년 영화화됐다가 5년 뒤 뮤지컬로 제작돼 ‘빅4’로 불리는 ‘캣츠’ ‘레미제라블’ ‘미스 사이공’ ‘오페라의 유령’의 아성에 도전하는 이 뮤지컬의 시작과 끝은 바로 한 명의 어린이가 불러일으키는 경이로움에 있다. ‘변성기를 지나지 않은 150cm 이하의 소년’이 연기력과 가창력, 춤 실력(그것도 발레와 탭댄스, 브레이크댄스까지)까지 갖추기가 어디 쉬운 일이겠는가.

김세용(13) 이지명(13) 정진호(12) 임선우 군(10) 등 4명의 한국 빌리는 영국 웨스트엔드나 미국 브로드웨이의 빌리에 비해선 확실히 ‘2%’가 부족했다. 특히 춤 장면에선 초반부에 보여주는 기술적 완성도에 비해 후반부의 예술적 흡입력과 집중력이 떨어졌다. 빌리보다는 친구 마이클이나 여자친구 데비 역 아역배우의 연기력이 더 눈길을 끌었다.

하지만 객석의 반응은 열화와 같이 뜨거웠다. 2%가 부족한들 어떠리오. 저렇게 아슬아슬한 장면을 소화할 수 있는 우리 아이들을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한데.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5만∼13만 원. 서울 강남구 역삼동 LG아트센터. 02-3446-9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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