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차건물, 얼기설기 지으란 법 없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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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8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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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건축가상’ 이정훈 씨,이기용 씨 등 4팀과 공동수상

이정훈 씨가 설계한 경기 용인시 죽전 주차장 건물. 이 씨는 “주차장이 아니라 미술관처럼 보이게 만들어 건물의 상업적 가치를 높이고 싶었다”고 했다. 사진 제공 문화체육관광부
이정훈 씨가 설계한 경기 용인시 죽전 주차장 건물. 이 씨는 “주차장이 아니라 미술관처럼 보이게 만들어 건물의 상업적 가치를 높이고 싶었다”고 했다. 사진 제공 문화체육관광부
5월 경기 용인시 죽전 아파트촌 입구. 입을 쩍 벌리고 날카로운 이를 드러낸 백상아리를 연상시키는 건물이 한 채 섰다. 폴리카보네이트로 표면을 감싸 은은한 광택을 비치는 것이 언뜻 보면 고급 승용차 전시관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 지상 4층, 지하 1층 건물의 주 용도는 상업용 주차장이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루한 아파트 밀집 지역의 표정을 생동감 있게 바꾼 이 건물의 설계자 이정훈 씨(36·JOHO아키텍처 대표)를 지난달 27일 ‘2010 젊은 건축가상’ 수상자 5팀(7명)에 포함했다.

이 씨는 12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생애 첫 실시설계 건물로 나라에서 주는 상을 받게 되니 얼떨떨하다”며 “하지만 ‘주차장 건물 짓는 데 공사를 무슨 10개월이나 하나. 시끄럽다’며 원망하던 주민들에게서 완공 후 건물이 멋있다는 칭찬 들은 게 더 기쁘고 보람 있는 상”이라고 말했다.

10월 완공 예정인 임영환 김선현 씨의 서울 남산 안중근 의사 기념관.
10월 완공 예정인 임영환 김선현 씨의 서울 남산 안중근 의사 기념관.
“주차장 건물이라고 해서 꼭 언제 치워버려도 좋을 것처럼 얼기설기 허름하게 지으라는 법은 없잖아요. 더구나 이 지역에 진입하는 첫머리에 나선 건물인 만큼 강렬하면서도 시원한 인상을 줘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벽면에 뚫어낸 두 개의 구멍은 자동차 앞면 흡기구의 모양을 본뜬 거예요.”

정부는 2008년부터 유망한 젊은 건축가를 선정해 상을 주고 전시회를 열게 한 뒤 국내외 작업 활동의 홍보를 지원하고 있다. 올해는 19개 팀이 지원해 이 씨와 함께 이기용 KLNB아키텍츠 공동대표, 임영환 김선현 D림건축사무소 공동대표, 전병욱 JNK아키텍츠 대표와 강진구 소장, 정기정 유오에스건축사사무소 대표가 선정됐다. 모두 30, 40대의 신진 건축가다. 부부 건축가인 임영환 김선현 씨는 10월 완공 예정인 서울 남산 안중근 의사 기념관으로, 전병욱 강진구 씨는 경기 성남시 판교신도시에 7월 완공한 깔끔한 형태의 채플하우스로 주목을 받았다.

전병욱 강진구 씨의 경기 성남시 판교 채플하우스.
전병욱 강진구 씨의 경기 성남시 판교 채플하우스.
심사위원장을 맡았던 김인철 중앙대 교수는 “젊은 후배 건축가들의 역량을 확인해 마음이 즐거운 한편으로 아쉬움도 있었다”며 “작업한 내용을 소개하는 수준에 급급했다는 느낌을 받는다. 앞으로는 건축에 대한 자신만의 가치관을 가다듬어 작품을 통해 드러낼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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