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와 차 한잔]“먹성 엄청난 염소 무인도 방목 식물엔 재앙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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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8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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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숨쉬는 식물교과서’ 오병훈 씨

“지구상에서 유일하게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게 식물입니다. 식물이 없으면 생태계도 없습니다. 우리가 식물을 알아야 하는 이유입니다.”

신간 ‘살아 숨쉬는 식물 교과서’의 저자 오병훈 씨(63·사진)는 대학에서 서양화를 전공했다. 그림을 그리던 그는 식물에 대한 관심이 남달랐다. 30여 년 전부터 전국 명산과 벽지를 누비며 자생 식물을 연구하고 카메라에 담았다. 1984년부터는 고 이창복 서울대 농대 명예교수 문하에서 식물분류학을 공부했다.

그는 “식물은 인간에게 정신적, 물질적 혜택을 준다. 꽃이 있기에 사랑을 느끼고 희망을 찾는다”며 “줄기와 뿌리는 식용으로도 쓰이니 어찌 식물을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그는 태백산을 식물자원의 보고라고 꼽았다. “태백산에는 멸종위기 종으로 지정된 식물 120여 종 중 40여 종이 살고 있어요. 노랑투구꽃, 태백바람꽃 등이 서식하며 털개불알꽃은 남한에서 유일하게 이곳에서만 자랍니다.”

흰노랑무늬붓꽃은 저자가 이곳에서 처음 발견해 존재를 알렸다. 그는 1980년대 중반 5년 동안 한 달에 두 번씩 1박 2일간 태백산을 누볐다. 이런 그를 보고 주민들은 간첩으로 오해해 신고했다. 산으로 찾아온 경찰에게 신분증을 제시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경찰서에서 장시간 조사를 받은 후에야 풀려났다.

그는 1993년 서울 북한산에서 한국 특산의 희귀식물 산개나리를 발견하기도 했다. 산개나리는 일제의 식물학자 나카이 다케노신(中井猛之進)이 처음 발견했지만 그동안 사라진 것으로 알려졌던 식물이다. 그가 발견한 산개나리는 사패산 터널 공사 이후 갑자기 사라졌다. 그는 “누가 없애버렸는지 알 수는 없지만 이제 우리는 지구상에서 단 하나뿐인 이 보물의 서식지를 잃었다”고 안타까워했다.

환경 파괴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자 그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그는 공사 전 환경영향평가를 개선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환경영향평가는 환경 파괴를 전제로 진행하는 사례가 대부분입니다. 공사를 우회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평가도 한두 명의 학자가 아니라 공신력 있는 기관에서 실시해야 합니다.”

희귀식물의 보고인 무인도의 환경파괴도 심각하다. 주변 섬 주민들이 염소를 방목하기 때문이다. “염소는 맹독성 식물인 투구꽃 등만 빼고는 모든 식물의 낙엽까지 먹습니다. 인천 옹진군 덕적군도에 갔더니 염소가 동백나무까지 다 먹어치웠더군요. 반드시 대책이 필요합니다.”

등산객에게도 환경보호를 주문했다. “곰취나 참취 나물은 잎이 많아 따도 괜찮습니다. 하지만 얼레지는 잎이 두 장밖에 없습니다. 이걸 따면 식물은 1년간 자라지도 않고 죽어버립니다. 얼레지는 씨가 떨어져 꽃이 피기까지 4년이나 걸립니다. 무분별한 식물 채취는 산에서 절도를 하는 것과 같습니다.”

그는 들꽃의 아름다움을 감상하는 법을 일러줬다. “들꽃은 개량하지 않은 원종이죠. 작고 많이 피지도 않지만 향기가 좋고 개량종보다 훨씬 아름답습니다. 채취 욕심은 내려놓고 여럿이서 감상하세요. 아름다움이 배가 됩니다.”

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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