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모 감독“디지털영화 고정관념 깨는 게 목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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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8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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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일 개막 ‘디지털서울영화제’ 집행위원장 맡은 이광모 감독

18∼24일 서울 강남구 CGV압구정에서 열리는 제4회 시네마디지털서울(CINDI) 영화제 개막작 ‘엉클 분미’는 얼핏 ‘디지털’이라는 영화제 화두와 맞지 않아 보인다. 태국의 아삐찻뽕 위라세타꾼 감독이 연출한 이 작품은 5월 제63회 프랑스 칸 국제영화제에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수상했다. 하지만 신장질환을 앓는 남성의 죽음을 쫓아가는 내용과 디지털이라는 단어의 연관성을 찾기는 쉽지 않다. 11일 오후 이화여대에서 만난 영화제 집행위원장 이광모 감독(49·사진)은 “요즘 디지털 아닌 영화가 있느냐”며 “디지털 영화에 대한 해묵은 관념을 뒤집는 것도 이번 영화제의 목표”라고 말했다. 올해는 아시아경쟁부문 15편을 포함해 27개국 105편을 상영한다.

이 감독은 1998년 데뷔작 ‘아름다운 시절’로 대종상영화제 최우수작품상과 감독상, 일본 도쿄영화제 대상 등을 받고 칸 영화제 감독주간에 진출해 주목받은 인물이다. 하지만 차기작을 내지 않고 지난해까지 광화문 씨네큐브 극장을 운영하며 ‘타인의 취향’ ‘프린스 앤 프린세스’ 등 작품성과 재미를 고루 갖춘 영화를 다수 소개했다.

“예술영화에 관객이 몰리는 시절이 돌아오는 건 불가능하다. 영화를 소비하는 대중의 ‘호흡’이 짧아지는 데 절망하면서도 그 속도를 늦추기 위해 애쓰고 있다. 국내에 소개될 가능성이 희박했던 ‘엉클 분미’를 영화제에 초청한 것도 그런 노력이다.”

3차원(3D) 입체영화 콘퍼런스를 마련한 것도 “현실의 관심사와 동떨어진 영화제는 무용지물”이라는 믿음 때문이다. 그는 “전문성이 떨어지는 유명 인사들의 초청 잔치에 그친 다른 3D 영화 콘퍼런스와 달리 학생들이 제작한 저예산 3D 영화를 함께 보고 제작 방법에 대해 논의하는 등 내실을 기할 것”이라고 했다. 신인 감독들을 발굴해 지원하는 ‘버터플라이’ 섹션도 신설됐다.

이 감독은 오랜 기간 준비해온 신작에 대한 포부도 밝혔다. “수년 전부터 준비한 새 영화 ‘나무 그림 동화’의 밑그림이 될 소설을 올해 탈고한다. 조만간 영화작업도 착수하겠지만 서둘 생각은 없다. 지금까지와 다른 새로운 영화 문법을 개척할 영화를 내놓고 싶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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