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요안 신부 ‘문화문 열라는 요청 문화 사목이 정답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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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8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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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계 ‘문화 맥가이버’ 현요안 신부

연극과 콘서트, 영화로 세상에 가까이 다가서는 제주 중문본당의 현요안 신부는 “한국에선 시대의 변화에 맞춘 교회의 ‘문 열기’가 오히려 늦은 편”이라고 말했다. 사진 제공 가톨릭문화기획 IMD
연극과 콘서트, 영화로 세상에 가까이 다가서는 제주 중문본당의 현요안 신부는 “한국에선 시대의 변화에 맞춘 교회의 ‘문 열기’가 오히려 늦은 편”이라고 말했다. 사진 제공 가톨릭문화기획 IMD
“김수환 추기경이 선종한 지 1년이 지났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그분을) 그리워하고 사랑하고 존경하고 있습니다. 달아올랐다 금세 식어버리는 ‘냄비영성’과 달라요.”

연극 ‘바보 추기경’(현미혜 작, 지성구 연출)을 기획, 제작하는 천주교 제주교구 중문본당 현요안 주임 신부(41·사진)는 “이 작품을 통해 신앙과 계층에 관계없이 이어지는 ‘사랑의 미스터리’를 풀고 나누고 싶다”고 밝혔다. 그의 별명은 가톨릭계의 ‘문화 맥가이버’. 사제의 신분으로 2008년 뮤지컬 ‘이마고 데이(Imago Dei)’, 2009년 연극 ‘마음을 주었습니다’를 제작하면서 붙여진 별명이다. 이마고 데이는 ‘하느님의 모상(模像)’이라는 뜻의 라틴어로 2만7000여 명이 관람해 재미있는 뮤지컬로 교계 안팎에 반향을 일으켰다.

‘바보 추기경’은 9일 주·조연배우 선발을 위한 오디션에 이어 11월 15일부터 내년 5월 30일까지 서울 마포구 동교동 가톨릭청년회관에서 공연된다.

“무엇보다 종교적인 작품은 재미없고 학예회 수준이라는 편견을 깨고 싶었습니다. 이 작품도 큰 어른의 무게에 눌리기보다는 재미있게 보면서 추기경의 삶을 깊이 들여다볼 수 있는 작품이 될 겁니다.”

그는 2007년 제주에서 열린 한국가톨릭청년대회의 총기획을 맡으면서 ‘문화사목’에 눈을 떴다. 이 행사에서 예수의 죽음은 성가와 장중한 음악이 아닌 비보이의 현란한 댄스와 재즈 음악으로 표현됐다.

비보이들의 현란한 춤으로 표현한 예수의 죽음이 준 감동처럼 뮤지컬-연극으로도 영성 키울 수 있어

“1962년부터 4년간 열린 제2차 바티칸 공의회는 세상의 변화에 맞춘 교회의 개방을 선언했습니다. 분단국가인 데다 민주화 등 과제가 많았던 한국 교회는 이 같은 현실 때문에 변화가 늦은 셈이죠. 공연과 영화, 음악 등 문화와 결합한 사목활동이야말로 ‘제발 교회야, 이제 문을 열어라’라는 목소리에 대한 효과적인 답변입니다.”

그가 주임신부로 있는 중문본당도 변해가고 있다. 1월에는 지역 청소년들에게 기타와 드럼, 댄스, 사물놀이 등을 강습하는 문화학교를 열었다. 다음 달 15일에는 지역 주민을 위한 2층 규모의 도서관을 개관한다.

현 신부는 “지역 청소년의 50%가 진학을 위해 다른 곳으로 이사하고, 조부모들이 아이들을 부모 대신 양육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문화적 체험은 청소년들이 꿈을 키워갈 수 있는 실낱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의 삶은 중학 1학년 때 다섯 살 위의 누나가 백혈병으로 죽으면서 구체화했다. 유언은 세 가지였다. 첫 번째는 소아마비로 장애가 있는 다른 누나를 언급하며 딸 하나는 장애가 있고 자신은 먼저 부모 가슴에 묻히니 ‘세 배로 효도하라’, 둘째는 죽을 때까지 책을 손에서 놓지 마라, 마지막은 ‘신부가 되라’는 것.

“어릴 때 누나의 다리를 고치는 정형외과 의사가 꿈이었는데 그날 이후 사람들의 영혼을 도울 수 있는 신부가 되고자 했습니다. 장애가 있는 누나가 이번에 작품을 썼어요. 누나야말로 미운 오리 새끼가 아니라 백조죠. 가족사에서 가장 큰 슬픈 사건이 영적으로는 부활의 계기가 됐습니다.”

김갑식 기자 dunanwor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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