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지마 출간’ 日소설, 콧대 꺾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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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7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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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이후 쏟아진 일본소설은 ‘일류(日流)’라는 말을 만들어낼 정도로 독서시장을 장악했다. ‘일본소설은 무조건 된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일본소설의 몸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그 ‘일류’의 거품이 빠지는 분위기다. 신간 종수, 판매 부수도 주춤하는 추세다.》

교보문고의 통계에 따르면 2005년 일본소설의 신간 종수는 1092종이었다. 전년보다 62% 이상 늘어난 수치였다. 2006년은 1274종, 2007년은 1636종으로 계속 늘었다. 그러나 2008년에는 줄어들어 1491종, 2009년 1327종을 냈다. 올 상반기(7월 19일 기준)도 동기 대비 10% 이상 줄어든 599종을 냈다. 한 해에 나오는 일본소설이 점점 줄어드는 것이다.

소설 부문 베스트셀러 100위권 이내 한국소설과 일본소설의 종수도 2006, 2007년 일본소설이 우세했으나 2008년 한국소설이 전세를 역전시켰다.

판매부수 신장률도 추이가 비슷하다. 2005년에는 일본소설의 판매부수가 전년 대비 114.9%로 늘었으며 2006년 61.3%, 2007년 38.5%로 증가세를 유지했다. 그러나 2008년에는 ―17.4%로 꺾였다. 2009년에는 20.2%로 크게 늘었는데, 무라카미 하루키 씨의 ‘1Q84’의 공이 컸다. ‘1Q84’의 2009년 판매부수는 70만 부로 ‘1Q84’를 제외하면 일본소설 판매부수 신장률은 오히려 전년 대비 ―8.5%로 떨어진다. 최근 몇 년 새 인기몰이를 한 일본소설의 경우 대중성이 강한 작품이지만 ‘1Q84’는 메시지가 강한 본격문학이다. 무라카미 씨는 이미 20년 전에 국내에 소개돼 ‘하루키 열풍’을 부른 작가로 최근의 ‘일류’와는 구분된다는 점에서 ‘1Q84’를 제외하면 2009년 일본 소설의 판매부수가 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검증되지 않은 작품도 일단 계약하고 보자던 분위기도 달라졌다. 오쿠다 히데오 씨의 ‘공중그네’와 ‘남쪽으로 튀어’ 등을 출간한 은행나무출판사의 주연선 대표는 “선인세 1000만 원을 넘겼던 작가의 작품들이 700만∼800만 원으로 낮아졌다”면서 “선인세가 20∼30% 떨어지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일본소설 전문 출판에이전시인 비씨에이전시의 한유키코 과장은 “인기 작가 작품의 경우 2008년만 해도 출판사 10여 곳이 경쟁했지만 요즘은 5, 6곳으로 줄었다. 전에는 내용도 검토해 보지 않고 계약에 나서는 경우가 많았지만 요즘은 일본의 문학상 수상작이라든지 일본 내에서 일정 수준 이상 팔렸다든지 하는 식으로 확실한 작품을 찾는다”고 말했다.

미나토 가나에 씨의 ‘고백’을 출간한 비채출판사의 문준식 팀장은 “지난해 이 작품을 계약했을 때 일본소설에 대한 출판사 간 경쟁이 크게 줄어든 상태였다”면서 “선인세 가격도 높지 않게 책정돼 3만 부 이상 판매되면서 손익분기점을 충분히 넘겼다”고 밝혔다. 문 팀장은 “그러나 일부 후발 출판사들은 아직까지 일본소설을 판매 보장 상품이라고 여기고 계약금을 높게 맞추는 상황”이라면서 “거품이 걷히긴 하지만 안정화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출판평론가 한미화 씨는 “2005년 이후 유행한 일본소설의 경우 대개 내용이 가볍고 잘 읽힌다는 장점이 있어서 독자층을 넓게 끌어들일 수 있었지만, 읽다 보면 비슷비슷한 패턴을 보이기 때문에 독자들이 지루해하는 상황”이라면서 “여기에다 수준을 가늠할 수 없는 소설이 우후죽순으로 들어오자 오히려 독자들이 질 낮은 작품을 분별하게 되면서 ‘일본소설=재미있다’라는 편견을 버리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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