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서점가 ‘한국사열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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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7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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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現中3부터 대입시험에 반영” 사실상 의무화
일선학교 “필수과목으로”… 관련서적 판매 크게 늘어

20일 오후 서울 종로구 반디앤루니스 종로타워점에서 한국사 관련 서적을 보고 있는 독자들. 11일 서울대가 고등학교 과정에서 
한국사를 이수하지 않은 학생들에게 불이익을 주겠다는 방침을 발표한 뒤 한국사에 대한 관심이 늘고 있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20일 오후 서울 종로구 반디앤루니스 종로타워점에서 한국사 관련 서적을 보고 있는 독자들. 11일 서울대가 고등학교 과정에서 한국사를 이수하지 않은 학생들에게 불이익을 주겠다는 방침을 발표한 뒤 한국사에 대한 관심이 늘고 있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한국 학생이라면 계열을 불문하고 고교 때 한국사를 배워야 한다.” (서울대 입학관리본부 김경범 교수)

서울대가 2014학년도 입시부터 고등학교에서 한국사를 이수하지 않으면 학생부평가에 불이익을 주기로 최근 결정했다. 지원 자격과는 관계없으나 한국사 이수 여부를 수시 및 정시모집 서류평가에 반영하기로 한 것이다. 이는 2011년부터 시행하는 ‘2009년 개정 고교교과과정’이 사실상 한국사를 배우지 않고도 고등학교 졸업이 가능하도록 정한 것에 대한 서울대 차원의 조치다.

이에 따라 각급 학교와 학생, 학부모 사이에서 한국사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교과과정이 바뀐 뒤에도 한국사 수업을 유지하거나 강화하려는 고등학교가 늘고 있으며 서점가에서도 한국사 관련 도서 판매량이 증가하고 있다.

한국사는 학생들에게 기피 과목이다. 암기할 부분이 많은 데다 내신과 수학능력시험 성적에 불리하기 때문이다. 현 교육과정에서 고등학교 1학년까지 국사는 필수과목이지만 사회탐구 영역 선택이 가능한 수학능력시험에서는 응시자가 계속 감소했다. 2005학년도에 15만9052명이었던 응시자 수는 2010학년도에 절반도 안 되는 6만9704명으로 줄어들었다. 사회·문화(28만470명)나 한국지리(24만8246명)에 한참 뒤처진다. 이런 상황에서 서울대가 한국사를 이수하지 않을 경우 사실상 입시에 불리하도록 규정하고 나선 것이다.

서울대 방침에 따른 반응이 가장 두드러진 곳은 학교 현장이다. 서울 서초구 상문고의 신용철 교무부장은 “한국사가 선택 교과로 바뀌는 내년에도 전교생이 수업을 듣게 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교과과정과 관계없이 필수 과목을 유지하겠다는 뜻이다. 휘문고 측 역시 “서울대 입학생이 전체 학생 중에 극소수라고 해도 서울대 입시는 다른 대학의 선발 방식이나 내용에 영향을 준다는 점에서 중요하다”며 “서울대에서 요구하는 대로 교과 과정을 유연하게 바꿔 적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학부모들도 발 빠르게 자녀의 한국사 공부 준비에 나서고 있다. 경기 남양주시에서 고교 2학년, 중학교 3학년 두 아이를 키우는 학부모 문영란 씨(46)는 서울대 방침 발표 뒤에 여름방학 계획을 다시 짰다. 문 씨는 “한국사 교과뿐만 아니라 교외 활동도 중요할 것 같아 이번 여름방학 때 아이들을 5대 궁 청소, 유물 발굴 현장 돕기와 같은 봉사활동에 많이 참여시킬 생각”이라고 말했다. 중학교 3학년 자녀의 경우 8월에 있는 한국사능력시험에 응시하기로 했다. 고교 2학년 자녀는 한국사편찬위원회에서 개최하는 ‘역사 바로 알기 논술대회’에도 참가할 예정이다.

서점가에는 한국사 관련 책을 찾는 이들이 늘었다. 인터파크 측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인문 사회 역사 부문 도서 판매량이 1.3배 늘었다. 특히 한국사 관련 인문서가 많이 팔렸다”고 밝혔다.

이진한 고려대 한국사학과 교수는 “서울대 입시는 지방균형선발 비중이 높기 때문에 그 영향이 전국적이다. 서울대 지원 학생을 위해서라도 고등학교에서 한국사 수업을 개설해야 하기 때문에 (역사교육 강화에) 긍정적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대가 입시제도를 개선하는 것보다 아예 고등학교에서 한국사를 필수과목으로 지정해야 한다는 의견도 많다. 연세대 김동노 입학처장은 “한국사 교육이 필요하다는 점에는 동의하지만 교과과정과 어긋나게 대학에서 이를 규정하는 것은 맞지 않다”며 “대신 고교 교육과정에서 필수로 둬야 한다”고 밝혔다. 송상헌 공주교대 교수(전 역사교육연구회장) 역시 “서울대의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오히려 한국사는 소수의 상위권 학생들만 공부하는 것으로 여겨져 전체 학생에게 거리감을 줄 개연성이 있다”며 “한국사를 필수과목으로 두는 것이 한국사 교육을 강화할 수 있는 궁극적인 해결책”이라고 강조했다.

신민기 기자 minki@donga.com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김희진 인턴기자 한동대 국제어문학부 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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