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명적 노래꾼에 치명적 사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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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7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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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호 씨 첫 장편 ‘기타여 네가 말해다오’
변하는 세상 속 변하지 않는 마음 들춰보기

사진 제공 문이당
사진 제공 문이당
‘내가 세상에 물어보면 세상은 날 속일 거야/ 다른 사람은 다 변해도 난 변하지 않는다고 모두들 믿고 있지’(아타우알파 유팡키의 노래 ‘기타여 네가 말해다오’에서)

그러나 사람은 변한다는 것을 모두가 안다. 조용호 씨(49·사진)의 첫 장편소설 ‘기타여 네가 말해다오’(문이당)는 누구나 알고 있는 이것을 거스르려 했던 사람들의 이야기다.

30대 후반에 등단한 조 씨는 단편집 두 권을 냈으며 충북 음성군이 일제강점기 농촌 소설가였던 이무영을 기려 제정한 무영문학상을 받았다. “신과 인간 사이에서 광대 노릇을 하는 노래꾼이, 일상에 발을 붙이고 살기 어려운 숙명을 지닌 가객이, 치명적인 사랑에 빠진다면 그 사랑이 어찌 흘러갈까를 생각해보고 작품을 쓰게 됐다”고 조 씨는 말한다. 그래서 이 이야기는 노래로 마디마디가 이어진 사랑 소설이 됐다.

가객 연우가 화자에게 비망록을 남긴 채 사라지고, 화자는 연우의 아내 승미와 함께 연우를 찾아 나선다. 대학 때 연우, 승미와 함께 노래패 동아리를 했던 화자는 승미를 사랑했었다. 화자와 승미는 연우의 흔적을 좇던 중 그가 왜 사라졌는지를 알게 된다. 노래패 시절 함께 활동했던 여인 선화의 해금 소리를 잊지 못했던 연우가 선화를 만나기 위해 떠난 것이었다. 승미는 슬퍼하면서도 연우를 마음에서 내려놓지 못하고, 화자 역시 그런 승미에 대한 연모의 감정을 내몰지 못한 채 안타깝게 바라볼 뿐이다. 연우, 승미, 화자, 선화 네 남녀 관계의 꺼풀을 벗겨내면, 누구나 변하는 세상에서 좀처럼 변하지 않는 사람들의 마음의 문양을 읽을 수 있다.

도입부의 문장이 다소 빡빡하게 느껴지지만 곧 속도감 있는 장편 문체로 바뀐다. ‘흥타령’과 ‘상엿소리’ 같은 민요와 옛 가요 ‘애수의 소야곡’과 ‘타향살이’, 남미 가요 ‘마리아가 간다’가 맞춤하게 섞여들어 작품에 추임새를 넣는다. 첫 장편에 대해 조 씨는 ‘흐느끼고 숨죽이고 환호하고 포효하는, 호소하고 매달리고 토라지고 달려와 안기는 것’에 대한 작품이라고 말한다. 그것은 노래를 가리킬 수도, 사랑을 가리킬 수도 있을 것이다.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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