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캉스 특집] 낙원의 일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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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7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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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을 기다린 ‘쉼표’… 나는 자격이 있다

1998년이었던가, ‘식스데이 세븐나이트’라는 할리우드 영화가 있었다. 팍팍하기가 하늘을 찌르는 콧대 짱짱의 잡지편집장 뉴욕걸이 한 섬에서 약혼자와 꿈같은 휴가를 보내던 중 인근 섬에 출장을 다녀오라는 본사의 지시를 받는다. 영화는 타히티 섬을 향하던 경비행기의 불시착으로 무인도에 조난당한 여자가 남자조종사와 어쩔 수없이 함께 보낸 6박 7일간의 이야기다. 그 영화를 보면서 사람들은 이렇게 생각했을 것 같다. 나도 저런 섬에서 ‘조난’당한 것처럼 아무 훼방도 받지 않고 한 일주일 푸∼욱 쉬어 봤으면….

이런 상황은 어떨까. 두 명의 남자와 한 명의 여자가 조난당해 함께 지내게 된 것인데 국적별로 판이할 것 같은 해프닝이 이 월드와이드 조크의 핵심이다.

이탈리아인: 한 남자가 여자를 독차지하려고 다른 남자를 제거한다.

프랑스인 : 두 남자는 한 여자와 삼각 결혼관계를 맺고 행복하게 지낸다.

독일인 : 남자는 제각각 여자 방문시간이 겹치지 않도록 정확한 시간표부터 작성한다.

영국인 : 두 남자는 누군가가 그 여자를 자신에게 소개시켜 줄 때까지 꾹 참고 기다린다.

일본인 : 두 남자는 도쿄로 팩스를 보내 어떻게 처신할 것인지 지시를 기다린다.

이 조크는 ‘위트상식사전’이란 책에 나오는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13년째 ‘일하는 시간’에서 부동의 1위를 고수해온 한국인이 이 조크에서는 과연 어떻게 묘사될지 궁금하다.

워크홀릭 한국인. 그래서 휴가도 짧다. 주5일 근무제로 주말휴식은 늘었지만 그나마 일부 작업장은 제외됐다. 게다가 ‘놀토’에만 학교가 쉬니 가족나들이도 쉽지 않다. 그것도 자녀가 초등학생일 경우만 기대하는 ‘호사’다. 입시지옥 탓에 10대 자녀를 둔 가정에서 오붓한 가족여행이란 언감생심, ‘그림의 떡’이다. 그런데 정말 그렇게 살아야 하는 건지. 2만 달러 소득시대를 맞아 한 번쯤 생각해볼 문제 아닐까.

수년 전 타히티의 한 리조트에서 프랑스인 마케팅매니저와 나눈 대화다. ‘한국 사람은 왜 이 좋은 섬에 와서 사나흘밖에 안 지내고 돌아가요? 그 비싼 항공료 내고 어렵게 와서./휴가가 짧아서요./며칠일인데요./1년에 일주일쯤./아니 왜 살아요?/예?/일하려고 세상에 태어난 건 아니잖아요./그건 그렇지만…. 자리를 오래 비우면 업무가 마비돼서요./다른 사람은 없나요?/있지만 책임을 질 수없기 때문에. 댁들은 어때요?/우린 휴가 떠나면 다른 사람이 맡아요. 그리고 휴가는 한 달이에요.’

그렇게 여자는 당당하게 말했다. 자신은 휴가를 즐기기 위해 일한다고. 그러고는 한심한 듯 나를 쳐다봤다. 그렇다. 휴가는 보상이다. 내 일에 대한 당연한 대가다. 그런데 그게 그리 녹록지 않다. 회사도 비용절감을 위해 적극적으로 쓰라고 종용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그래서 휴가는 짧고 근무시간은 길다.

올 여름휴가도 코앞에 다가왔다. 그리고 대부분은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일주일간 휴가로 만족해야 할 것이다. 지금 당장 휴가일수를 늘릴 수는 없는 일. 하지만 휴가를 그 어느 때보다 가치 있게, 귀중한 휴식으로 만드는 것은 가능하다. 휴가란 내가 내 자신에게 주는 선물이다. 그런 만큼 멋진 휴가로 지친 나 자신을 기쁘게 만드는 것은 나의 의무이자 책임이다. 휴가를 철저하게 즐기자.

조성하 여행전문기자 summ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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